우리집은 윈저와 레딩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윈저센터에도 가지만 가끔 아주 가끔씩 레딩센터에도 간다.
아주 오랜만에 아침 일찍 레딩에 있는 존루이스백화점에서 선물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템스강변에 주차하고 개를 돌렸다.
수요일에 산 선물에 좀 첨가할 것이 있어 다시 어제 레딩에 들렀다가 템스강변에 갔다.
강변에 3-4마리의 큰 개들이 있었고 내 개는 자연스레 그 무리에 들어갔다. 헌데 그 중 한마리가 갑자기 으르렁거리며 내 개를 공격하려고 했다.
이빨을 드러내면서 내 개를 물려고 하는 순간을 난 눈 앞에서 보고 있어야만 하는 순간이였다. 나도 무서워서 가까이 갈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다행히 옆에 건강한 남자와 다른 개의 주인이 달려 들어 그 개를 떼어냈다. 난 내 개를 잡고 얼른 그곳을 피해 물가로 데리고 가 안정시켰다.
그때 마침 한 60대 영국 할머니가 다가와서 내 개 괜찮냐고 물었다. 안 물린 것 같다고 하니 자신이 이 에피소드에 기꺼이 증인이 되어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어 한 시간 가량 같이 강가를 걸으면서 수다가 시작되었다.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인데 하루종일 혼자 있다 보니 너무 외로워서 매일마다 아침에 집을 나와 강변을 산책하면서 레딩센터까지 걷는다고 한다.
그리곤 필요한 물건 한두개 정도를 사고 집으로 또 걸어가는 일이 일과란다. 가끔은 강 위에 떠다니는 오리에게 식빵을 떼어 주고 있다고---
그러면서 어떤 오리가 숫놈인지 암놈인지도 알려 주었다.
2009년 전엔 아프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홀로 살고 있다며 결혼은 안 했으니 결국 이 할머니의 세상엔 할머니 혼자
지금은 정부에서 주는 집과 보조금으로 살고 있다고 하지만 월600파운드(90만원) 돈에서도 동물보호단체에 작은 기금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수요일에도 같은 곳에서 개를 산책시키던 중 한 중국아줌마를 만났다. 걷고 있는데 'are you Chinese?'라고 묻는 한 아줌마랑 또 수다를
시작했다. 영국에서 남편의 학위공부를 위해 28년 전 왔다가 이곳에서 영국인으로 귀화까지 했다고 했다.
지금은 남편은 스위덴에서 일하고 두 명의 자식들은 런던에서 일하면서 살고 있다고 자신은 혼자 산다고---
2017년 영국통계청에 의하면 45세-64세 사이의 남성 중 130만 명 정도가 혼자 살고 있고 여성은 100만 명,
65세-74세 사이 남성 중 60만 명, 여성 90만 명이
75세 이상에서는 예상대로 많은 할머니들이 홀로 삶을 이끌고 있었다.
내가 할머니에게 할 수 있는 거라고 `나도 아니 모든 사람들이 혼자 남는 단계에 직면하게 된다고....`
매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에는 앞으로 템스강변으로 산책을 오겠다고 말하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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