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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집터의 기운이란 게 있나 보다



내가 이 집에서 산 지 13년 넘는 동안 옆집 주인이 4번 바뀌었다. 요즘 내 옆집의 부부싸움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옆집아저씨는 보통 5시에 퇴근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로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쇠로 열려고 했는데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다. 

그때 내가 바로 이층에서 청소하는 중이라서 모든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영국 주거지는 정말 조용하다. 그러니 얼마나 잘 들려겠는가!


가장 밑바닥 욕이란 욕은 다 쏟아냈다...t**t...c**t...벌써 여러 차례 이런 욕설을 퍼부으며 싸우고 있다. 한두번이 아니다.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로 시작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데'란 문장에다 아줌마한테 내뱉는 단어는 ㅉㅉㅉ...

현관물을 발로 차고 고함을 지르고 동네 정적을 깨부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난무했다.


서로 두번째 결혼생활을 3년 전에 옆집에서 시작했다. 아저씨는 17세 아들을 데리고 아줌마는 10대 중후반 두 딸을 데리고 이사왔다.

3명의 자식들 때문에 지붕에 방을 만들기까지 했다. 이때 3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엔 남편의 아들과 아줌마가 몹시 싸우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면서 부부싸움이 자자지고 있다.

이른 봄인가엔 또 큰 싸움 후 다시 잘 살아보려는 노력인지 가든에 새 가구를 설치하고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도 했었다.

우리보다 먼저 부엌 리모델링도 했다.


내가 먼저 엄마가 요양병원에 계신 걸 꺼냈더니 자신의 아버지도 쓰러진 후 요양원에 모시고 있어 직장과 친정아버지 찾아 보랴 

정말 바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이사와서 가장 처음 만난 옆집 주인은 그 당시 60대였고 두번째 결혼상태였다. 헌데 아줌마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결국 이사갔다.

그 다음엔 모두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두번째 결혼을 시작했던 중년부부들이였다. 모두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이사 나갔다. 물론 서로 헤어지면서 나간

건지는 모른다. 인사도 없이 정말 소리없이 이사를 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부부가 이사가면 정말이지 집터의 기운이 있다는 걸 믿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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