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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해외 한국인들이 더 가까이하기 어렵다

남편이 막 출근하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아침에는 주로 한국에서 오는 전화여서 '여보세요'했다. 일 년에 한 두번 정도 보는 사람이였다. '왠 일이세요'라는 말이 불쑥 나왔다. 한 시간 넘는 통화였다. 나와는 친하지도 않는데 나한테 전화를 걸어 속상함을 털어 놓았다.

 

그녀의 남편은 주재원으로 이곳에 왔다가 자식들의 교육 등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고 그 회사에서 다시 현지 고용원이 된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그녀는 자신이 주재원 부인이였고 나이도 많다는 것에 자부심이 강해 보였다. 그런데 유학생으로 와서 영국 대학교에서 교수로 자리잡은 젊은 여자가 건방져 보인다는 것이다. 전형 예상치 못한 얘기였다. 내가 아는한 모두들 상식있고 좋은 사람들인데 뭔가 오해가 있는 듯했다.

 

10년 간의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교수로 자리잡은 40대 부부는 주변 한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기러기 엄마들과 유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학교문제가 있을 때마다 확실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있가 때문이다. 주변에서 이런 인지도를 얻으면서 살다보니 한 달에 두 번씩인 작은 한인 성당에서 대장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수가 이야기하면 모두 주목하는 듯했다. 이 교수의 개인적 생각이나 농담과 장난 한마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장난처럼 들리지 않나 보다.

 

주재원 부인이였던 이 아줌마는 그간 말 못할 고통을 겪은 것 같다. 즉 나름대로 최고 위치에서 현지인 자리로 가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겪어 본 사람만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쪼들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여서인지 이 아줌마는 한 푼도 서투르게 쓸 수가 없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 아줌마가 이상하다고 수근덕거린 것이 내 귀에도 들어왔다. 바베큐 파티를 하면 각 집마다 한 두가지씩 음식을 맡아서 하기 마련인데 김치를 하라고 하면 배추가 비싸다고 고기를 하라면 고기가 비싸다고 핑계를 내놓았나 보다.

 

한국에서 주재원을 내 보낼 정도면 대부분 큰 회사이다. 큰 회사에서 많은 직원 중에서 주재원으로 나올 정도면 대단한 뽑힘을 당한 것이다. 그러니 주재원 아줌마들의 자부심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가끔 지방의 소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그 자부심이 철통처럼 강한 것을 본다. 얼마나 남편과 자식과 자신들이 자랑스럽고 대단해 보이는지 다른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 기러기 아줌마들의 자부심도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남편도 또 대단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일 년에 일억 정도의 돈을 송금할 수 있는 남편이라면 대단한 직업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교수로 자리 잡은 유학생 부부도 자부심이 대단할 수 밖에 없다. 유학생활을 끝내고 이처럼 성공할 수 있는 확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자리에서는 모두들 조심해진다. 다들 자신들이 속으론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여서인지 작은 농담 속에서도 자신을 우숩게 보지 않나하는 염려를 한다. 심지어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는 것도 허락치 못하는 옹졸한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해외에서 서로 외로워서 만나고도 싶지만 서로 건방지다고 할퀴면서 사는 것이 해외생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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