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집안을 청소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편지통의 덜거럭 소리에 현관에 가 보니 지역 신문이 꽂혀 있었다. 영국 어느 곳에 살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소식을 담은 지역신문이 발간되고 무료로 집 현관까지 배달되고 있다. 첫페이지부터 2010년의 A-level 성적과 GCSE 결과였다.
매년 8월 3째주부터 A-level결과가 나오고 다음 주에 GCSE 결과가 발표된다. GCSE는 고등학교 졸업시험과 같은 것으로 9개 이상의 과목을 본인이 선정하고 5월에 시험을 치른다. 이 결과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업을 갖는데도 필요하기도 하고, 또 대학진학에도 필요하다. 대학을 가는 학생은 2년 간 A-level과정에서 최소 3-4과목을 더 집중해서 공부한다. 2년 중 첫해 5월에 시험을 보고 결과가 나오면 두번째 해 초기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지원 원서를 제출한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는 지원자에게 조건부 허가를 준다. 즉 다음해에 치르는 두번째 A-level 결과가 A이면 합격이라는 식이다.
내가 사는 곳은 한국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따라서 이런 곳에 다른 한국인들이 산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니 웬걸 bracknell forest standard라는 작은 지역 신문에 한국 남학생 '정영진'이라는 이름과 함께 사진이 실렸다. 이 지역 brakenhale이라는 보통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둬 캠브리지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였다.
그저 한국인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내 기분이 좋았다. 이 소식뿐만 아니라 지난 주 8월20일자 내셔럴 데일리메일에서도 A-level 결과를 발표했다. 여러 학생들의 우수한 결과 중에도 한국학생의 얼굴이 있었다. 브리스톨의 그래머스쿨에 다니는 박순우라는 여학생인데 영국을 대표해 캐나다에서 열릴 예정인 전세계 컴퓨터 대회에도 참가할 학생으로 컴퓨팅, 수학, 제2수학, 물리학, 러시아어, 스페인어 과목에서 A*를 받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주변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자녀들이 거둔 결과들도 만만지 않았다. 모두들 A 아니면 A*를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인들이 공부하는데는 우수한 민족같다. 이러니 자녀를 데리고 한국을 떠나 해외로 향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국에 살고 있는 지인들의 자녀 중에 전교 5등 안에 드는 성적을 거두었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좀 다르다. 대부분의 한국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 같다.
올해에는 총 850,000명이 A-level 시험을 치렀다. 이 중 38,098명의 여학생이 31,024명의 남햑생이 A*를 받았다고 한다. 모든 대학진학시험이 끝난 지금 379,411명이 대학으로부터 진학 허가를 받았다니 나머지 학생들은 다시 진로를 찾아야 한다.
'한국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떠밀리듯이 영국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늘어요 (0) | 2010.12.08 |
---|---|
한국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0) | 2010.10.06 |
베이붐세대 중산층 (0) | 2010.06.26 |
해외 한국인들이 더 가까이하기 어렵다 (0) | 2010.05.18 |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0) | 2010.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