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아니면 대학 중 영어연수차로 와서 석사나 학사 공부를 마치고 나면 비자가 만료되어 영국을 떠나야 한다. 아니면 영국 내에서 취직이 된다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요즘은 영국 내 취직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여서 한국학생이 이곳에서 학사나 석사, 박사를 마쳤다고 해도 취직은 쉽지 않다.
오래 전 일이다.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은행에서 융자를 지원하던 약 10년 전이다. 한 여학생이 집안이 부유한 형편이 아니여서 석사를 하면서 이곳의 은행에서 융자를 얻고 아르바이트라는 것은 뭐든지 해가면서 공부를 마쳤지만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런던 시내에 있는 유명 호텔에서 운 좋게 파트파임일을 얻게 되었다. 이곳의 임금이 높기에 호텔에서 주당 20시간 일하고 가끔씩 있는 행사에서 웨이트리스 일을 하면서 영국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의 전환 노력은 허사가 되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파트타이머들까지도 줄이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 또한 이런 식으로 3-4년을 살아 보았자 겨우 방 한칸을 월세로 얻어 생활하는 것 뿐이였다. 즉 앞날의 희망이 없다는 것을 실감케 되었다. 은행에서 빌린 3만 파운드를 갚을 길이 더욱 막막하던 중 그녀는 영국을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영국으로 되돌아 오고 싶어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영국에 살고 싶게큼 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들이 갖고 있는 돈이 다 떨어지는 순간에 이들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오래 전에 알고 지내던 그 여학생이 여기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을 때 나는 그녀에게 한국에 가서 자리 잡으라고 권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직이 아니면 이곳에서 정규직을 갖기 어려우니-- 경영학을 공부한 그녀는 결국 떠나기로 했다.
기러기로 온 이 아줌마도 결혼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끔씩 내뱉는 말에서 이혼은 아니지만 별거라는 둥 자신의 결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나한테 어떤 문제인지를 말하지는 않고 있다. 내가 보기엔 자신의 결혼과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영국행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내 사촌 동생도 주재원으로 나와 있다. 올해 말이면 떠나야 한다. 이곳에서는 자식교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 살고 싶다고 한다. 내 동생도 벌써 40대 중반이다. 그러니 좋든 싫든지 간에 퇴직이 곧 닥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살고 싶어도 여기서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 글쎄 아마도 한국에 들어가겠지만 지금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국이 매력적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서 영국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 고정관념에서 또는 가부장적인 생활에서 특히 여자를 자유롭게 해 준다. 또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곳에서도 한국사람들끼리 어울려 살다보면 서로 경쟁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영국 속에서 살다 보면 친구끼리 경쟁하지 않게 된 변한 내 모습에 많이 행복해진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느리다. 우체국에 가서도 은행에 가서도 어디를 가든 기다려야 한다. 모든 일이 천천히 진행된다. 처음에는 속이 터지고 한국이 그리웠다. 내가 어디 시골 구석에서 세월을 태우고 있지나 않나 싶었다. 그러나 이런 느린 템포가 내 생을 되돌아 보게 하고 내 삶의 의미까지도 다시 짚어 보게 한다. 이러다 보니 영국생활이 한국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여기에 발을 딛고 보면 여기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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