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사람

대학졸업장보다 나은 설비공 자격증

몇 년전 부엌을 확장하면서 가스 파이프를 옮기는 작업에 가스 설비기술자를 불렀다. 이때 이런 기술자가 시간당 90파운드(18만원)이였다. 이것도 부가세 빼고였다. 지난 주에 월세를 놓고 있는 집의 아래층에서 물이 샌다고 난리가 낳다.

 

그 동안 알고 지내던 건축 쪽의 여러 일을 하는 즉 무면허의 영국 사람이 마침 휴가 중이여서 할 수 없이 설비(plumber)업체에 전화해 기술자가 방문했다. 방문 후 새는 곳을 확인하고 무엇인가를 교체했다고서는 105파운드를 받아갔다. 왜냐면 시간당 90파운드에다 부가세와 작은 부속값으로 총 20만원을 내야 했다.

 

며칠 후 또 다시 세입자에게 전화가 왔다. 위층의 목욕탕에서 또 물이 새어 아래층 천장에 다시 물이 흐른다고-- 난 또 다시 업체에 전화했다. 너희가 일 했는데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으니 다시 와서 해 달라고--

그런데 이번에도 내가 다시 모든 비용을 내야 한단다. 더군다나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지도 어디서 물이 새는 지도 모르는 상황하에서 돈이 얼마나 들지가 무서워졌다. 

 

다행히 알고 지내던 사람 즉 핸디맨(handy man: 모든 집에 관련된 일들을 잘 다루는 사람)이 휴가에서 돌아왔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부탁하고 500파운드에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평범한 사무실 직원이나 상점의 판매직원들이 보통 주 5일 아침부터 져녁까지 일하고 한 달에 세금 제하고 약 1000-1300파운드를 손에 쥔다. 이러니 기술자가 더 낫다는 것은 확연하지 않은가?

 

요즘 이곳에서도 대학이 과연 직업을 갖기 위한 필요한 교육인가를 놓고 많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보다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컬리지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비로 내 옆집에 내 딸과 같은 나이의 남자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은 컬리지로 가서 자동차 메인터넌스 기술을 익히고 있다. 2년 전에 우리집 일을 했던 설비공도 월 간 9만 파운드를 번다고 토로했었다. 자신이 젊었을 때 열심히 큰 설비업체에서 일하다가 나중에 자신만의 설비회사를 차려 천천히 일하면서 살겠다고 앞으로의 설계도 확실한 청년이였다. 우리는 이 청년이 마침 싱가폴 엄마와 영국 아빠 사이에서 테어나서인지 우리집 일을 하는 동안 꽤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국의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난으로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나를 생각하면 우리도 생각을 바꾸도 사회가 변해 기술자가 우대를 받는 시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신없이 발전만 하던 시간은 이제 끝났다. 이는 큰 회사들이 그 동안 채용하던 그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아닌가! 그러니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그 기술로 창업과 사회 곳곳에 들어가 소규모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영국은 다 알다시피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직업이 돈 많이 벌어다 주는 직업이 아니다. 의사나 변호사 교수는 이제 힘만들고 월급도 작은 직업 중 하나이다.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고 여러 기술자들이 더 많이 벌고 더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