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방송에서는 신종플루로 인한 우려와 혼란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 신종플루 검사를 하는데 자비로 12만원 정도 내야한다는 보도도 보았다. 12만원을 지불하면서도 신종플루 검사를 해보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이 보도를 보고 난 일 주일 전의 영국 신문에 난 기사가 생각났다.
영국에 현재 두 군데의 신종플루 전화문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신종플루에 대한 전화문의가 너무나 없어 한군데를 폐쇠한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한 두 건 정도의 문의 전화만 오기에 콜센터 직원들이 카드게임을 해도 무방하다는 센터장의 허락이 있었다는 사실도 실렸다. 4월 말에 처음으로 신종플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보도 이후에 7월까지 29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는 보도가 신문 한 구석에 실렸다. 그래서 진단을 문의하기 위해 병원을 찾으면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어 인터넷이나 전화로 진단문의를 하도록 장려했고 이로 인해 이런 콜센터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다.
주변에서도 간혹 이런 얘기를 한다. '감기와 비슷하데 뭐 그리 야단법석인지 모르겠다'는 둥-- 또 이런 헤프닝도 있다. 쇼핑센터에서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옆 사람이 기침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쳐다보게 된다. 나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재채기를 한 사람은 '난 신종플루 걸렸어'라며 우수꽝스런 표정을 지었고, 그 옆에 있던 여자가 '당신 농담하지 말아요'라고 웃었다. 그리고는 주변에서도 모두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렇듯 영국 사람들이 이제는 신종플루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아예 보도에서도 사라진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자세히 검토해 보면 그간 이로인해 29명이나 죽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대도 사람들의 반응은 꽤나 차분하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옛날 아니 15년 전 쯤에 이곳에 인간 전이광우병이 발생했을 때가 기억난다. 모든 수퍼마켓에서 소고기가 사라져 가고 있거나 약간의 소고기만이 진열되어 있을 때 난 노인들이 그 소고기를 구매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값이 싸니 많이 먹어야겠다는 것이였다. 이때 노인들을 알고 있었다. 이 병의 잠복기가 10년 20년 정도 걸리니까 본인들이 자연사로 수명을 다하는 것과 별 차이 없늘 거라는 것으로 알고 용감하게 과감하게 소고기를 사는 것이였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감기와 비슷하고 어디서 어떻게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여하튼 위생에 항시 주의하지만 본인의 저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위험한 것인데 이제와서 어찌하겠느냐는 식인 것 같다. 그러니 항시 건강한 생활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인명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한국적 사고를 영국사람들이 더 잘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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