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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남과 옷깃도 스치지 않으려는 서양인들

오늘 한국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베라'에 관한 글을 읽고 나도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갓 온 방문자를 데리고 런던 지하철을 타야만 했기에 한국의 지하철 안에서와 런던의 지하철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을 말하고 싶다. 내 조카뿐만 아니라 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에 아무 미안함도 없었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느끼다 못해 아무 감정도 못 갖았다.

 

여기서는 옷깃만 스쳐도 "I'm sorry'라고 한다. 처음에는 왜 미안하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꽉찬 지하철에서 어찌 서로 부딪히고 밀치지 않을 수 없단 말인지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 사람들은 복잡한 지하철에서도 서로 닿거나 스치는 것도 싫어하는데 어찌하랴. 안 닿으려고 오히려 안깐 힘을 쓴다. 그 모습에 안스럽기까지 하지만 이것이 이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들리면 흔들리느대로 몸을 맡기고 모든 사람이 서로서로에게 부딪힌다. 저 멀리에서 자리가 하나 나면 멀리서도 후다닥 뛰어가는 모습에 별로 혐오가 없다. 그저 익숙하다. 그러나 이들은 몇 시간 아니 하루 종일이라도 서 있는 종족이다. 옛날이지만 아이의 학예회에서 난 꼬박 3시간을 서 있어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영국 사람들이 서 있기에 할 수 없이 서 있어야 했다. 홀 가운데 약간의 의자만 채워 놓았기에 관람자의 절반 이상이 주변에 서서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작은 홀이라서 반 이상이 서서 관람하는 것을 예상해야 했었다. 그래도 아무도 마루 바닥에 앉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기 술집인 '팝'에서도 대부분 몇 시간을 서서 술 마신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음 온 손님에게 꼭 먼저 말해 준다. 이곳에서는 지나다니면서 스치는 것도 싫어하니 되도록 안 스치도록 하라고 만약 부딪히면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미소라도 지어 주라고 아니면 이들의 사고에서는 '무례함'으로 찍히게 된다고---

 

그러나 이곳의 지하철 광경 중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 여기서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바로 앞에 서 있어도 가끔씩 그 앉아 있는 사람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멀리서 이런 모습을 보면 한국에서는 쉽게 자리를 양보하던데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베라의 글에서 처럼 한국의 지하철 안에서 여자 친구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옆 사람을 밀치는 것은 어느 사회 속에서도 옳지 않은 행동이고, 영국이 아무리 개인적이라고 해도 어린이나 노인,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도 좋지 않아 보인다. 여하튼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들이 있어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데 어렵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오히려 서로 다른 생활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관찰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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