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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주말에 영국 pub

한인타운 근처에 살면서 주재원 근무를 하고 있는 사촌동생 집에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 오는 길에 집 근처에 있는 팝에 들렀다. 주재원근무의 절반을 지내니 그들도 영락없이 영국에 체류하기를 원하게 된 것 같다. 일 년 반 전에 갖 왔을 때 그들은 '삼 년 있다 갈건데 별 생각 없습니다'라고 했다.

 

뉴몰든 근처에서 햄튼코트 옆의 템스강변을 지나 영국 중산층에게 인기있는 웨이브릿지를 지나 팝스타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집들이 즐비한 버지니아워터를 지나 아스콧에 이르렀다. 이미 10시가 넘은 시각이였지만 라운드어바웃(동그란 교차로)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팝에 차를 세우고 차 밖으로 나오자마자 쿵쾅거리는 신나는 음악 소리가 심장을 설레게 하였다.

 

토요일 밤이니 분명 이벤트를 하는 것 같다. 영국은 팝의 문화라고 하지 않는가! 팝에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술마시는 것보다는 만나서 이야기하는 곳이다. 나도 가끔 영국 친구들을 만나면  팝에서 점심을 먹는다. 일요일에는 온 가족들이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즉sunday lunch를 위해 팝에 오고 퀴즈대회가 있는 날도 있고, 우리 동네 어떤 팝은 '카라비안 밤'이란 이름하에 카라비안 음악을 들으면서 카라비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가라오케을 하는 팝도 있다.청중 중 아무나 나와서 가라오케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노래 실력이 모두 수준급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러 갔었다.  여기의 팝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팝을 찾아 간다. 우연히 찾아간 이곳은 락을 하는 곳이였다.

 

네 명의 락 그룹이 강한 비트를 떄리고 이에 맞춰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룹 앞에는 두 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스무 명 정도의 마른 사람, 뚱뚱한 사람, 남자, 여자, 젊은 사람, 좀 늙어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제 흥에 겨워 즐기고 있었다. 물론 많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지만 서너 명만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바에서 술을 시키고 술을 마시면서 락을 생음악으로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거리는데 어떤 남자가 우리 보고 '일본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면서 다가왔다.  몇 마디 소개를 하고 우리도 함께 춤을 추고 즐기게 되었다. 기타리스트가 웃통을 벗고 긴 머리를 휘저으면서 관중들 사이를 돌아다니니 짜릿한 전자기타의 애절하고 절묘한 소리가 모든 이를 흥분케하였다. 청중들이 맥주를 사서 그룹사운드 앞에 놓으면 곡과곡 사이에 목을 축이면서 내가 가있는 두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음악을 연주하였다. 우리는 아는 노래가 나오면 목청 높여 따라 부르고 80년대 디스코 음악이 나오면 춤까지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2시가 되니 어김없이 팝의 문을 닫게 되어 모두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리를 떠났다. 

 

가끔씩 팝을 가 보지만 한 번도 술 취해서 고성방가를 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영국사람을 보지 못했다. 가끔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사람이 오면 술집 주인은 그를 나가라고 한다. 그러면 또 순순히 그 사람은 나가곤 하였다. 즉 노동자들이 많이 가는 팝이 있고 오토바이족이 가는 팝이 있다. 아직 이런 팝에는 가 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팝과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둘이서 술값으로 단지 10파운드로 동네에서 좋은 생음악을 즐길 수 있으니 살 맛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