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사람

이혼합의 후 같은 집에서 6개월 동거

일주일에 한 번 200리터 쓰레기통을 자기 집 앞에 내놓으면 칸슬에서 수거해 간다.

아침 일찍 쓰레기통을 내놓고 뒤돌아서는데 옆집 아줌마가 쓰레기통을 끌고 오는 것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처지인데도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로 다들 집에 들어 박혀서 살다 보니...

 

내가 먼저 말을 건냈다.

집이 팔렸다는 간판이 있던데 이사 가냐고?

이런 짧은 인사로 시작한 우리의 얘기는 그녀의 이혼까지 이어졌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두 사람은 두 번째 결혼이었다.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살았다. 

두 딸과 남편이 데리고 온 아들 모두 5명이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다락방까지 만들고 앞마당에 돌을 깔고 많은 애정을 갖고 가꾸는 것이 보였다.

 

그간 옆집에서 가끔씩 싸우는 소리와 남자의 욕설을 들려왔었다. 그렇지만 가끔 지나치면 평상처럼 보여서 이혼까지는 상상치 못했다. 여름 전에 서로 갈라서자고 합의했는데 이 집이 공동명의다 보니 집 팔 때까지 한 집에 살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두 번 계약이 될 뻔하다가 해지돼더니 이번엔 계약되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자신은 벌써 새 집을 계약했다며 두 딸과 함께 살게 되 정말 좋고 이제는 일상적인 평화만 되찾고 싶다고 했다. 올해 봄 자신도 직장을 잃고 병상에 누워 있던 아버지도 갑자기 돌아가시고 두 번째 이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긴 이야기를 우린 아침 7시에 찬바람 휘몰아치듯 나누었다.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언젠가부터 두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전남편 집으로 보낸 것이다. 집 안이 얼마나 긴장스러웠으면 아이들까지 보내고 본인 혼자서 이혼 합의한 남편과 집 팔릴 때까지 살고 있다니...

이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도 혼자 살고 있다는데 나 같으면 엄마 집에서 살면서 기다릴 것 같은데, 글쎄!

서로 합의한 후에라도 집안의 긴장과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을 텐데 혼자 용감하게 끝까지 잘 견디는 영국 아줌마에게

난 다음엔 행운이 깃들 거란 위로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