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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어느 부모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내 탓

친구한테 온 전화를 반갑게 받았는데 친구가 아들이 괴씸하다며 화가 아직도 안 풀린 상태였다.

얘기인즉, 이번 여름에 졸업한 아들이 취직은 안 되고 그러니 친구들과 공모전에 작품이라도 응모하려고 집에 모였다.

내 친구는 이들이 자신의 집에 오면 밥 해주느라 신경 많이 쓰고 바빴을 것이다. 내 친구는 전업주부가 아니고 집에서 일하고 있다. 헌데 이 젊은이들이 밤 늦게까지 머물고 또 내 친구가 잘 대해 주다보니 이곳에 많이 모였단다. 내 친구가 자식 친구들에게 9시에서 6시 사이에만 와서 일하라고 얘기했다고 아들이  엄마한테 소리 치고 결국 엄마와 아들 사이에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나 화를 서로에게 발사한 것이다.

 

코로나로 신입사원 취업도 없다. 그래서 올해 졸업생들 너무 안쓰럽다. 내 조카도 이 중 한 명이다. 부모가 열심히 돈 벌어 미국 유학시켰는데 여름 졸업 후 그냥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내 친구는 그나마 영국에서 살고 있어서 아들 졸업이였지만 그만 모든 것이 셧다운이 되었다.

 

통화가 끝난 후 몇 시간 후 친구 딸이 울면서 전화했다. 집에서 쫓겨났다고...

내 친구가 화가 너무 많이 났구나! 맘이 휘몰아치는 폭풍같구나 싶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집 근처에 있으라고 했는데 내집에서 친구 집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다 보니 또 비 내리고 추운 밤이다 보니 결국 다른 친구 집으로 갔다고 알려 줬다.

 

내 친구는 아들이 코로나로 아무 것도 안 풀리는 절망스런 상황에 아마 크레디트카드를 주었을 것 같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아들이 카드로 긁는 지출이 점점 커져만 가고

매일 아침마다 늦게 일어나는 자식의 모습 - 모든 엄마에겐 잔소리가 안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더군다 아들과 동료들이 공모전 출품한다고는 매일 혹 자주 내 집에서 밤 늦게까지 머무른다면 - 어느 엄마라도 다 부담스럽고 이건 아니다라고 느낄거다.

 

아들과 엄마가 서로에게 화살을 쏘아댄거다. 결국 내 친구는 자식들 모두 성인이 되었으니 다 나가라면서 내쫓았다.

교육이 끝나거나 직장을 얻어 일을 시작하면 대부분 영국사람들은 부모 곁을 떠난다. 그러나 상황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 친구는 기러기 엄마로 아이들과 함께 산다. 또 학교와 큰 아이 직장, 집이 다 런던에 위치해 있다. 이러면 같이 살 수 밖에 없다.  

 

내 친구는 자신의 일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고 자식한테도 잘하는 완벽녀다. 너나면 영국땅에 혼자 와서 아이들 교육시키고 자신의 사업도 일구고 열심히 살면서도 앞으로 아이들 집 살 때 보증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면 걱정하곤 했다. 친구의 화풀이 속풀이를 좀 듣고 나오면서 자식보다는 너에게 더 중요점을 두고 살아봐, 그래도 너 늙어 병 들면 찾아와서 봐 줄 사람 자식 밖어 없어, 절대 자식 맘에 비수될 말 하지마-라고만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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