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만나 회포를 풀던 멜다를 지난 6 개월 동안 연락도 못하고 지냈다. 나도 힘든 시기였지만 멜다에게도 시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번 주에 서로 연락이 되어 오랜만에 만났다. 당장이라도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맘만 있다고 했다. 멜다가 얼마나 힘든지 잘 느낄 수 있었다. 75세 시아버지가 남겨 놓은 재산분배 문제로 남편과 계속 싸우고 있다고-- 시아버지의 유언대로 살던 집을 정리해서 현재 여자친구 할머니에게 얼마 주고 남은 돈은 시누이랑 나누면 되는데 남편은 새 여자친구 할머니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면서 예금된 자신들의 돈을 헐어서 먼저 주었단다. 여기서 멜다는 화가 났다. 집 정리하고서 주면 되는데 구지 예금을 헐어서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아내로서 같은 생각이 든다.
또 영국에서도 시누이는 환영받는 존재는 아닌가 싶다. 자신의 아버지 환고에 멀리 산다는 핑계로 한 번 내려와 보고 또 장례식 때 한 번으로 끝이였다고 한다. 4시간 거리에 산다. 돌아가신 후 집안을 정리해야 하는 지난 몇 개월간에도 한 번도 내려와 도와주지 않았고 단지 언제 돈이 정리되는지만 전화로 물어 보고 있다고 -- 이것이 며느리인 멜다에게는 화라고 했다. 들으면서도 화난다. 지금껏 멜다부부가 집정리 끝내고 결국 다음 주에 시아버지 살던 집을 매물로 올릴 것이라고 한다.
멜다네는 장례식 후 그나마 좋게 끝나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다른 한 영국가정에서는 장례식 후 아버지가 쓰던 물건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 물건이 비싼 것이였고 이 경우엔 아버지가 유언장에 그 물건에 대해 누가 가져가라는 언급이 없었다.
그 다음은 남편과 언쟁이 계속되었다. 멜다는 그 집을 자신들이 사서 월세 놓기 원하고 남편은 팔아서 레이크디스트릭트에 플랏을 사기 원하고 있다. 멜다의 영국남편은 캠핑과 사이클을 좋아하기에 시간 나는대로 가서 쉬고 내려오는데 사용할 집을 사는 것이 최고라면서 멜다의 의견은 무시되었고 결국 영국 북쪽에 집을 사기로 했단다. 언젠가 한 영국아줌마가 유산으로 받은 돈을 가지고 프랑스에 별장을 사는 것을 보았다. 신문에서 보면 어떤 남자는 비싼 오토바이를 산다고도 한다.
잘 사는 나라의 국민들은 돈 쓰는 것이 다른 것 같다. 재산 증식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에 돈을 쓴다. 특히 생각치 않던 뭉치돈이 들어왔을 때 이런 성향이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터키나(멜다가 터키사람) 한국사람에게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즐기는 방향으로 지출하는 것보다는 계속 돈을 벌어 들이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겠는가! 속이 든든하면 별로 먹고 싶지 않듯이 맘에 여유가 없으면---
또 좀 다른 모습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4 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멜다 남편이 가족여행을 구상하고 있는 것에 멜다는 우선 놀라웠고 이해가 안 간다고 헀다. 멜다 남편은 가족여행을 중요하게 생각해 매여름마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멜다 남편에게는 가족여행을 빼면 가족이란 개념이 없을 정도다. 여기까지는 서로 공감하는데 문제는 돌아가신 지 겨우 4개월이란 것과 자전거여행이라는 것이 멜다에게는 문제다. 멜다는 이런 여행이 우선 군대생활처럼 너무 힘들어서 싫어한다. 지난 여름엔 프랑스에서 이번에는 이태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한다며 한숨만 쉬는 멜다를 뒤로 하고 왔다.
멜다네 얘기는 가족여행 못가는 누군가에는 부러운 상황일턴데 또 그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민거리로 스트레스로 느끼는 것이다. 참으로 어찌 보면 사는 것은 공평한가 보다. 그런면서도 나도 멜다 남편처럼 뭉치돈 생기면 미래 걱정하지 않고 한번 밖에 없는 내 인생을 가장 중요시 여겨 나를 위해 지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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