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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영국 상류층 아버지의 수치심

버밍햄과 리버풀 중간 쯤의 서쪽으로 오스웨스트리(oswestry)라는 곳에 끔찍한 두 번의 살인사건이 작년과 올해 초에 일어났다.

 

두 경우 모두 부유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가 아내와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자신의 목슴을 끊었다. 이번의 경우에도 이 가족은 뉴욕으로 화려한 휴가를 막 다녀왔고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으며 주위에서도 모두 부러워하는 정도의 부유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가정이였다. 작년의 경우에도 오스웨스트리의 근교의 커다란 맨션에서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 가장이 온 가족을 죽이고 저택도 전소시키고 자신도 죽였다.

 

이들 주변사람들은 전혀 이런 끔찍함을 예시하는 그 어떤 단서나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주 행복해 보였고 아무 문제 없이 아니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고 했다. 부부관계도 좋았고 자식들은 학교 공부도 잘하고 밝은 미래를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경우에는 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직을 맡고 있는 예쁜 여학생이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버지의 전혀 예상치 못한 독단적인 결정에 온 가족은 목슴을 잃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난폭한 사람도 아니고 아주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주변에서는 전했다.

 

뒷 얘기로 이들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업이 기울어져가고 있었다고 한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이것이 이들 아버지가 이런 선택을 하게큼 한 것일 수 있다고 한다. 이들 가족은 일 주일에 최소 한 번씩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일 년에 서너 번씩은 온가족이 해외로 휴가를 가고, 자식은 사립학교에 보내고, 비싼 차를 서너 대씩은 갖고 있고,  하고프고 쓰고픈 것을 하면서 쓰면서 살고 있었는데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영위하던 넉넉한 생활을 줄여야 하거나 혹은 영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런 선택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있다.

 

일반적으로 영국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남에게 요구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기에 대부분 요구나 요청을 안한다. 이중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경우에는 이런 생각이 비약되어 자신의 위치나 품위에 변화 즉 하강하는 것을 받아 들일 수 없나 보다. 저택을 방 3-4개 짜리의 집으로 줄이는 것이 뭐 그리 스트레스일까 난 잘 모르지만 이것이 영국의 상류층 아버지들에게는 큰 수치심으로 작용하여 자신과 온가족의 죽음까지 몰고 가는 결과를 낳았다. 가족에게 항상 풍족히 베풀어 주던 자신의 위치에게 가족들에게 사업부진 사실을 이야기하고 가족들과 도와 가면서 이려움을 이겨 나갈 수도 있을텐데--한국 아줌마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면서도 영국 상류층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다소 힘들게 생활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나? 그래도 이들은 좀 강한 정신상태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