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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냉철한 이성에 의해 결정한 판단

내가 좋아하는 유명한 작가 레슬리 피어스(Lesley Pearse)가 신문에 자신이 그간 숨겨온 가슴 아픈 사연을 토로했다. 18세에 미혼모가 되었고 남자 아이를 낳았지만 6개월 된 즈음에 입양을 보내야만 했던 사연이다.

 

레슬리가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갔고,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가야하는 해군이던 아버지는 아이들을 돌볼 수 없어 남의 손에 아이들을 맡겼다. 그러던 중 같은 해군에서 일하던 간호원 출신의 새엄마를 맞았다. 새엄마가 데리고 온 새형제들과 새로운 가정에서 살게 되었지만 18살 되어 성인이 되면서 집을 나왔다.

 

여러가지 일을 해 가면서 친구들과 함께 살던 중 첫 관계에서 임신을 하게 되었다. 주위의 유산하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낳았다. 그러나 허름한 방 한 칸에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안았다. 처음에는 모유를 먹였지만 우유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들어가고 어린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게 되자 점점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우부짖으면서 고민한 후 아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해 아이를 입양시켰다.  그 후 레슬리는 아이와 함께 아이가 사용하던 목욕타월 한 장을 40년이 넘게 뼈속 깊이 묻어 놓았다. 그리고는 두 번의 이혼을 치루면서도 세 딸과 함께 여러  일을  하면서 열심히 생활을 이끌어 왔다.

 

뒤 늦게 작가로 입문한 후 지금은 집도 있고 세 딸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데 지난 주 일간 신문에 자신의 아픈 상처를 솔직하게 토로했다. 끌으로 레슬리는 이제 유명한 작가이여서 아이가 자신을 찾아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도 아이들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것은 아마도 아이가 새부모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썼다.

 

이 신문 기사를 읽던 중 우연히 한국 텔레비전 방송에서 출옥하는 아빠가 보육원에 맡겨 놓은 어린 딸이랑 함께 살 수 있도록 방 한 칸을 마련해 주는 선행을 베푸는 한 분에 대한 것을 보았다. 너무 빠른 결정이 아닌가 싶었다. 감옥에서 나온 아빠가  생활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아 보였고 작은 방 한 칸에서 홀로 어떻게 곧 청소년이 될 어린 딸을 돌 볼 수 있단 말인가?  아빠가 좀 더 준비를 하고 딸을 맞이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월세방을 얻는 것과 살림장만까지 한 분이 자선을 베풀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그 분이 이 아빠의 직업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더라도 자식을 키우는 것이 심리적으로 또 물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준비와 각오, 헌신 등이 필요한 것인데 단지 부모와 자식이라는 사실 하나로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많은 위험을 앉고 시작하는 것 같아 보였다. 딸을 껴앉고 눈물을 흘리는 아빠의 모습은 시청자들에 쉽게 동정과 연민을 일으켜 시청율을 높힐 수는 있겠지만 한 어린 아이의 장래를 진짜 깊이 생각해 보고 결정된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