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이 아직도 화를 치밀게 하는 일이 있다. 이것이 아마 영국과 한국 사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쉽게 나타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공정한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오직 자기 이익만을 추구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글짓기 대회에서 심사를 맡게 되었다. 하루 종일 70편정도의 글을 읽으라 오후 5시가 되었으니 집에 갈 길이 바빴다. 너무 늦어 3 명이 각 유치부,초등부,중등부 장원 작품을 집에 갖고가 심사평을 쓰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것은 초등부의 작품이었다. 다음 날 심사평 몇 줄 써 내려가는데 '어 이학생은 우리 학교 중학생인데--'싶었다. 분명히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을 안다. 우리 한글학교가 워낙 작다. 중학생도 10명이 채 안 되고 전체 총 학생 수는 40 명 정도일거다.
심사평을 쓰다다 교장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다. '이 학생이 중학교1학년 맞지요?'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쉬운 대답을 피하면서 중학담담 선생님한테 전화해 보라는 것이다. 장원 받은 학생의 엄마도 우리 학교 선생님이다. 결국 학생의 교사 및 학부모의 해명은 이렇다. 실제 나이가 한 살 어려서 초등부 6학년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국학교에서는 나이가 어려 한 학년 아래라며 이 문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영국학교의 학년에 목소리를 높었다.
영국은 학년을 9월부터 8월까지로 묶어 한 학년으로 보고 한국은 3월부터 2월까지를 한 학년으로 나눈다. 그러나 이것은 본인이 영국학교에 있으면 영국법을 따르면 되고 한국학교에 다니면 한국학교의 법을 따르면 되는거지 이 문제의 변명이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나보고 같은 학교에 있으면서 어쩜 이렇게 야박할 수 있냐는 식이였다. 눈 감아 달라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 그 학생은 한국학교 중학교 1학년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중등 1학년에서 공부하더라도 나이가 어리니까 시험은 초등 6학년에서 봐도 좋다는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기가 막히기보다는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중학 담당교사나 그 학생의 엄마인 초등부 교사, 교장선생님까지 모두들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에 더 크게 놀랐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것을 눈 감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이해해아 할 지 막막했다. 많은 정치인과 저명인사, 부자들이 하는 추한 행태를 너무나 자주 tv에서 보아서 그런지 규칙을 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나 보나 싶었다 또 서로 봐 주는 행태가 그리 나쁜다고 느끼지도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규율을 상관하지 않고 상을 타려는 행태와 또 한 명도 용감하게 이 문제에 자신의 양심을 피력하지 못하는 모습에 분통했다.
영국에서 사는 우리는 가끔 한국식 잣대와 영국식 잣대를 자신이 필요할 때 갖다 대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변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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