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넘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살았다. 어느 곳에서나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학업적으로든지 정서적으로든지 적응을 잘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게 다른 생각을 한다든가 머리 속에 정전이 일어난 것 같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곤 한다. 틈만 나면 주변의 친구나 어른들로 부터 관심을 끌고 싶어 수업 과제와는 상관없는수 많은 질문을 던진다. 아니면 계속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마음이 다른데 있는 것 같다. 또 기회가 주어지면 가끔씩 날카로운 표현을 한다. 예를들면 "도망간다 "든가 "엄마를 버린다" 이 때 다른 학생들은 순간 깜짝 그 표현에 놀라다가 황당하다며 웃어 버린다.
그 때 난 이 아이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감정이 있음을 느낀다. 가정에서부터 혹은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부족한게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어른인 우리로써는 살기 바쁘다보니 부모로서 나도 부족한 것이 많다.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부족한 것이 더 더욱 많았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는데 후회스러운 일이 많았다. 어떤 때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는 표현 방법이 저마다 다르기에 부모 자식간에도 본의 아니게 왜곡되어 전달되고 아이들은 부모의 진심을 받지 못하고 계속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우리도 느끼지 않는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사랑 받고 있다는 그 느낌 이란 것을! 꼭 부모가 아니여도 내가 누구로 부터 관심을 받고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그러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하다.정서적인 안전이 된 이후에 공부를 하던 일을 하던 열심히 하게 되지 않는가! 또한 이런 감정은 늙어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계속 죽을 때까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필요로 하고 또 우리가 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된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것인데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 다음에 아이들은 기본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학교생활, 친구, 사회생활에 적응해 가기 시작한다. 이 기초 공사가 부족하면 사회생활에 점점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가끔씩 학부모에게 아이가 수업 중에 이렇다고 말하게 되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학부모가 시간을 내서 교사에게 개인적으로 자신의 아이에 대한 견해를 물어 보았으면 좋겠다. 솔직한 견해를 원한다는 부모에게 교사는 객관적인 의견을 말해 주고 싶다. 괜히 먼저 얘기 했다가 간혹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집에서의 행동과 학교에서의 행동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의 학교 생활 얘기를 듣고나면 부모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쁜 경우가 생긴다.
내가 가르쳤고 현재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영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 아이들도 있지만 한영가정의 아이들도 있다. 즉 아빠가 영국인이다. 전체적으로 한영가정 아이들이 더 행복해 보인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옥스포드 대학에 가야 한다든가 의사가 되어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없다.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서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다른 것 같다. 부모가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있고 그 기대를 아이들이 잘 인식하고 있다.
난 가장 현명하고 멋있고 똑똑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 이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에게서 남다른 빛이 스며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실제
현장에서 상황도 미리 검토해 보고 자신이 앞으로 행복하게 그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난 후에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학교와 부모가 도와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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