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된 여학생이 자신의 엄마가 되도록이면 한국에 돌아오지 말고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살아 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국생활이 벌써 6년째인 이 여학생은 요즘 들어 부쩍 돌아가고 싶어하는 눈치다. 한 야간 대학에서 공부를 하다가 취업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후 영국행을 결심했고 히드로에 발을 딪는 순간부터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도착한 후 몇 주만에 갑자기 아파서 상자만한 작은 방에 혼자 며칠씩 누워 있었다. 급기야는 쓰레기 수거하는 아저씨가 여학생의 앓는 소리에 놀라 학생의 방에 들어오고 결국 학생을 응급실로 옮겼단다. 한국에서 부모로부터 학비는 송금 받지만 기타 생활비는 본인이 벌어야 하는 형편이라 커피점에서부터 한국 회사, 한인 가게 등에서 정규직원으로 일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아직도 학사학위도 제대로 따지 못 한 것이다.
뉴몰든의 한국가정에서 월세로도 살았고 지금은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도 함께 살고 있다. 월 1200파운드를 벌어도 월세와 식비, 교통비, 기타 용돈을 지출하다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 이제 영어는 잘 한다. 그래도 영국학생들과 견주어 이곳에서 취직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우선 학생비자로 있기에 법적으로 영국업체에는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없다. 학위라도 끝마쳐야 하는데도 공부는 뒤로 밀리고 돈 버느라 12시간을 허비한다.
이번 6월에 학위를 따게 되면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는데 엄마가 되도록 돌아오지 말고 이곳에서 살아 보라는 말에 선뜻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못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를 우연히 또 들었다. 두 남형제를 영국에 보내고서 한 달에 100만원씩만 보내고 둘이서 어떻게든 살아 보라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이 두 형제는 한식당의 뒷편에서 설거지와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사는데 그들은 돌아가고 싶어한다는데 부모가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니---그래도 오전에 영어학원 갔다온다. 그리곤 정오부터 한국식당에서 밤 늦도록 일하고 오는 사람에게 어떻게 유창한 영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병역회피로 와 있는건지 주변에서 의구심에 찬 눈으로 바라 보고 있다. 여하튼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과연 어떤 결과가 올지 안스럽다.
아주 우수한 학생인 경우이겠지만 성인이 되어 이곳에 와 공부해서 취업하는 사례는 아주 간혹 있다. 그래서 그들은 공부한 지 몇 년만에 취업이 되고 그 직장에서 work permit까지 해 주기에 이곳에 사는데 문제가 없다. 아니 유학이 성공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학생비자로 10년을 공부해야만 영주권 자격요건이 된다. 이 뜻은 해외학생 학비를 즉 약 12000파운드의 학비를 10년 간 내야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이곳에서 호텔경영 공부를 마치고 런던의 유명호텔에서 일하는 여자가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돌아가는 큰 이유는 이곳에서는 자신의 미래에 비전이 없어 보였기에 돌아가기로 했다고 한다. 요즘 웬만큼 전문적 직업 외에는 외국인에게 work permit까지 해 주면서 취업의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또한 이곳에서는 한 자리의 직업을 얻기 위해 전 유럽 사람들 아니 전 세계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과 다름없다. 영국 사업장에서 영국사람들과 웨트레이스일을 4년 넘게 벌었지만 손에 모인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는 한국여성도 봤다. 결국 주변의 권유를 본인이 수긍하여 한국에 돌아갔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요즘 자식한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는 부모가 많은 것 같다. 해외에서 살아 보라는 부모의 요구에 유학을 떠나는 젊은이들도 있나 보다. 유학은 좋은데 돌아오지 말고 살아 보라는 말은 글쎄 --속내야 모르겠지만---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시간을 허비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아쉽고 안타깝다. 물론 이들도 자식이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강요하는 것일게다. 또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훗날 밑걸음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이 우리의 자식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겸허한 자세로 판단하고 지도해야 할 것 같다. 가끔 신문에 나오는 아니 들리는 성공사례는 그저 가끔 있는 경우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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