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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식이 내인생-5

아이들이 모두 학교로 가버린 텅빈 집안에 똑똑 현관문 두두리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다. 숙영이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어보니 한국사람이였다.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다가 본 것 같은 얼굴이다. 

'영국에 오신지 얼마 안됐지요? 저는 16번 집에 살아요'

'들어 오세요' 숙영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는 사람의 팔을 끌어 당겼다. 태영이 엄마라고 하면서 태영이가 막내 재환이랑 같은 반이라고 한다. 아침에 시작한 대화가 점심까지 함께 먹고는 아이들 데리러 가는 시간인 2시 20분까지 지속되고 결국 둘은 함께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걸어갔다. 어떻게 해서 이곳 영국에 오게 되었는지를 교환하고 태영이 엄마한테 영국의 학교 생활과 영어 배우는 곳 등등을 들은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태영이가 재환이네 형제들을 모두 자기네 집에 오라고 해서 다음에 가겠다고 약속하고는 간신히 헤어져서 숙영은 세 명의 아들들을 앞세우고 집으로 향했다.태영이 엄마는 오래 전 공부하러 왔다가 지금의 남편를 만나 결혼하고 이곳에서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태영의 남편은 한국 유통업체에서 일하고 자식은 태영이와 뱃 속의 4개월된 아이가 있다고 한다. 숙영은 하염없이 태영엄마가 부럽웠다.

 

막내 재환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서부터 재잘거리면 잘 때까지 재잘거린다. 톰슨이라는 친구와 놀았다고 하고, 그림을 그렸는데 자신의 그림을 선생님이 칭찬했다며 즐거워 보인다.그러나 수환이는 별 말이 없어졌다. 숙영이 겨우 물어보면 '좋아'아니면 '괜찮아'정도로만 대답할 뿐이다. 그리고는 세 명은 곧 뒷 마당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뛰고 달린다. '영국학교가 어떻니'라고 물으면 '좋아요'라고만 한다.

숙제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쉽게 영국학교에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

 

이제 숙영이 할 일은 숙영이 영어공부하고 대학에서 공부해야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 세명이 영국에서 공립학교를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내일은 처음으로 숙영이 등록한 westminster대학에 가야 한다. 그 동안 메일로만 연락해 왔고 일 년치 학비도 지불했고 학교로부터 등록 편지를 받아 숙영의 온 가족이 영국에 발을 내딪을 수가 있었다. 테잎도 듣고 단어도 외우고 고3 이후로 처음으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 보기는 처음이지만 할 수 없이 열심히 공부하기로 했다. 마음이 설레고 두려워서 또 잠이 안온다. 못 알아 들으면 어떻하나?,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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