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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개 사랑

올 2월부터 개를 기르기 시작했다. 지난 해 딸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우리 둘만 덩그러니 놓여진 집안이 몹시 쓸쓸해지더니만 결국 우리는 개를 키우기로 했다. 한국의 높은 아파트에서도 개를 키워보았던 터이라 개를 키우는데에는 좀 자신이 있었다. 이제 집안에 정원도 있고 집 주변에도 공원이 지천인 이곳에서 개를 키우지 않고 있는 개를 좋아하는 우리 자신이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우리는 그 동안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녔다. 또 가끔씩 주중에 난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가을에 두 주간  한국에 있어야 했다.  그 동안에 남편이 아침에 사무실에 나갔다가는 좀 일찍 저녁에 돌아와서 우리집 개를 돌보았다.

그러던 중 하루는 남편이 술자리가 있어서 자정이 되어서 집에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개는 총알처럼 집을 뛰쳐나갔고 남편은 이미 지친 상태인데다가 깜깜한 밤이라 개를 찾기를 포기하고 문을 닫고 잠이 들었다.

 

잠이 깨면서 개가 걱정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을 열어 보았더니 우리집 개가 문앞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 기르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가끔 한국에 가야하는 상황인데 --물론 개를 들여오기 이전에 한국에 갈 일이 있으면 되도록 한 명씩 가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림하는 내가 없으니 출근하는 남편이 개를 돌보기에는 좀 무리인 것 같았다.

 

우연히 우리집 근처에서 또 개를 키우는 영국부부와 알게 되었다. 그집에는 부부와  두마리의 개가 있었다.  한 마리는 큰 라바르도이고 작은 것은 우리개와 비숫한 수나우저다. 엠마라는 이 영국아줌마는 개 컨설턴트 과정까지 공부하고 있는 개 매니아였다. 또 내가 엠마네 집에 가서 보고 놀랐다. 게실에 큰 대바구니가 있는데 그 바구니엔 장난감이 가득했다. 모두 개를 위한 장난감이였다. 개를 심심하지 않게 하는 게임도 알려 주었다. 상자 안에 맛있는 개과자를 넣고 찾게 하는 것과 꼬깔콘같은 모양의 고무속에 음식을 넣어 두는 것, 오뚜기 속에 음식을 넣어 놓는 것 등등이였다. 난 용감하게 물었다. 다른 영국사람들도 너처럼 많은 개장남감을 갖고 있냐고 엠마는 크리스마스에는 개에게도 선물을 준다고 했다. 선물은 주로 장난감이나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엠마는 가족들이 개에게 선물을 주어서 이렇게 장남감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개가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겠냐며 하루에 최소 한 번씩은 꼭 산책을 시킨다고 한다. 그러면서 개를 키우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와! 난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난 솔직히 우리가 심심해서 개를 키우기로 했다. 이런 나에게는 비오는 날이나 컴컴한 저녘에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영국사람들이 이상하고 신기해 보였다. 난 밥 잘 주고 일 주일에 한두 번 산책 시키는 자신에게 뿌듯해있었다.그런데 매일매일의 산책과 함께 개가 심심할까봐 장난감도 사주면서 개가 행복함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 영국아줌마의 바램이라니--- 개를 키운다는 사실을 이렇듯 영국사람과 한국사람이 서로 다른 견지에서 시작하는 것에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