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딸 아이가 이런 사건을 말한 적이 있었다. 이번이 아마 서너 번째인 것 같다. 학생들이여서인지는 몰라도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는데도 식사비 15파운드을 각자 지참하라는 요구가 초대장과 함께 오는 것이였다. 한국인의 생각 속에서는 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기가 막힐 정도이다. 자신의 생일에 친구를 초대하고는 밥값 각자 갖고 오라니 이럴러면 초대하지나 말지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든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여기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나 보다.
일 년 전인가 영국아줌마의 생일에 나도 초대되어 가려고 한 적이 있다. 친한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는 나보고 밸리댄서비를 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한 것이 기억난다. 처음에는 속으로 뭐 이런 일이 있어 싶었다. 어찌되었든 선물을 사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라고 했다. 하지만 좀 찜찜했다. 아니 어색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니 남편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펍에서 옆 사람에게 한 잔 정도 술을 사 주곤 했단다. 그러면 상대방으로부터 또 한 잔을 건네 받고 이런 주거니받거니를 즐겼단다. 같은 펍에 자주 가다 보니 이런 남편의 얼굴이 익숙해진 지 좀 되었다. 어느 날인가에는 이런 남편을 보고 있던 사람이 다가와 술 사주지 말라고 했단다. 만약에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한 잔 정도 사 줄 수 없을 시에는 부담이 크게 되고 또 공짜 술을 얻어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나쁜 습관을 고착시키는 일이 된다며 쉽게 모르는 사람한테 술을 사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남편과 그 사람은 서로 취중에 언중유골격으로 담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후로는 남편은 이제 술이 좀 취해도 잘 아는 영국친구 외에는 술을 한 잔씩 건내는 일이 없다. 나는 기분 좋게 한두 잔 씩 건내는 것은 정을 나눈다고 생각하는데 영국인들은 정말 정이 없다 싶을 정도로 냉철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딸아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밤늦게 락컨서트에 갔다 왔다. 컨서트는 레딩센터에 있었고 서너 명의 친구들은 동서남북쪽으로 흩어져서 살고 있다. 그러니 한 명씩 택시를 타고 가면 각자 돈이 많이 들고 안전상의 문제도 커질 수 있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여학생들은 한 대의 택시를 타고는 레딩센터 주변을 돌면서 한 명씩 집에 돌아갔다. 택시비는 정확히 등분을 해서 냈다고 했다. 여기서는 처음에 택시를 탈 때 내릴 곳의 주소를 말하면 운전사가 다시 가격을 말해 준다. 이런 상황은 한국아줌마인 내 문화에서도 괜찮아 보이지만 생일파티에 초대하면서까지도 밥값을 갖고 오라는 것은 난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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