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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영국 여자가 남편을 선택할 때

 

다음은 Cosmopolitan 등의 여성잡지사의 편집장이였던 린다 켈시의 글입니다.

 

18세에는 아빠와 비슷한 남자를 만나길 원했다. 우선 키가 크고 잘 생겨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였던 철학적인 남자, 내 발을 씻겨줄 남자, 주말에 나를 데리고 로마나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가는 남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남자, 강하면서도 로맨틱한 남자, 내가 공주라고 착각할만큼 나를 잘 대해주는 남자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내가 '쥐'였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해 줄 남자를 찾았다.

 

글쎄, 나는 거의 내가 원하는 남자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보다 9살 연상이여서 나보다 9살 더 성숙하였다. 그러나 결혼식에서 내 가족들은 웬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씩 그는 진한 농담에 그의 친구들은 배꼽을 잡고 둥글었다 하지만 난 당황하였다. 또 간혹 그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웃옷을 벗곤하였다. 내가 갖고 있던 남편 리스트에 적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주말 여행을 가곤 했다. 그러나 그의 냉철한 비난과 비꼬는 말투에 내 마음도 차가워졌다. 결국 25세에 난 이혼을 했다.

 

이혼 후 여러 만남을 거쳐 30세에 다시 결혼하기로 했다. 이때에는 세계적인 여성잡지의 저널리스트로 자리를 잡아 경제적으로 아주 안정된 상태였다. 남편이 나를 데리고 로마로 주말 여행을 가 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내가 남편을 데리고 갈 수 있을 정도였다.

 

30세의 내 남편의 첫째 조건으로 비난하거나 차거운 성격의 남자는 안되었다. 아이를 갖기를 원하고, 아이 기저귀 가는 것이 남편이 할 일이라고 믿으며, 설거지를 꺼리지 않는 남자라 하였다. 내 연인이면서도 내 친구같은 남자를 원했다. 어느 날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이런 남자를 만났다. 첫 눈에 우리는 서로 반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들을 낳았다. 내가  2년 동안 몸이 안 좋았을 기간에도 그는 나를 보살펴 주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끝은 그가 하는 일이 잘못되면서 부터였다. 내가 주 수입원이 되면서 우리의 관계는 삐그덕거렸다. 남편도 내 월급으로 사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했다. 또 나도 가끔씩 내 친구들의 남편을 보면서 왜 내 남편은 저들처럼 부자거나 성공적이지 못할까 싶었다.

이 새로운 예상치 못한 상황에 타협해가면서 무언가는 포기하면서 결혼을 유지해야 했는데 우리는 이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결국 실패했다.

 

난 이제 50대다.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 남자로부터 경제적인 것을 요구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남자한테 내가 원하는 것은 동료이다. 내 말에 자주 웃어 주고 늙었더도 꽤 매력적이면서 또한 내 얼굴의 주름을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부모의 역할을 잘 알고 있고 내 아들과 잘 아울릴 수 있어야 한다. 내 가족이 싫어한다면 난 그 남자를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 경험상 연인이나 남편은 다가오고 사라지지만 내 가족과 친구는 바뀌지 않고 영원히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과거의 짐을 지지 않은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이제는 정리하고 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18세 이후로 한결같이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남편을 원한다. 그러나 돈은 있으면 좋지만 필수조건이 아니다.

 

18세에는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았다. 30세에는 좋은 아빠이면서 내 직업에 있어서도 나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남편을 찾았다. 이제 50세에 내가 남자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있지 않나 스스로한테 묻고 있다.

 

근래에 70대 노부부의 결혼 50년 기념 파티에 갔었다. 이곳에서 할머니가 손님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한 번도 왕자를 꿈꾸지 않았어요. 7명의 어린 동생들과 먹고 사느라고 정신없이 살았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처음 보았을 때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혼했지요.'  할머니의 인생에 할아버지는 우연히 나타났고 할머니는 한 번도 남편 자격요건 항목을 갖고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할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판단했으며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 들이면서 살았던 것이다.

 

50대인 내가 지금도 내 머리 속에 갖고 있는 남편 조건 리스트를 찢어버려야만 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내 꿈이 이루워기를 바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