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이번 주 중에 하루는 한국 아줌마들과 점심을 하고 하루는 영국 아줌마들과 점심을 하면서 수다꽃을 피웠다. 연말이 다가와서인지 얼굴 한 번 보자는 연락이 이번 주에 한꺼번에 쏟아졌다.
수요일에는 킹스턴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분이 초대해 주었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년령층인 우리들의 주 화제는 역시 자식들의 교육이야기였다. 악기를 배우면 대학 입학에 좋으냐는 질문부터 '그 집 아이는 공부도 잘해요'까지----참 이상하게도 자식들 이야기만 하게 되었다. 아! 또 한 가지는 '이것 어디서 샀어요?'이다. 예쁜 꽃무니 찻잔이나 장식품에 감탄사를 내뿜고는 이것 어디서 구입했냐는 질문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영국 아줌마들과의 모임에서는 '난 이런 옷이 좋더라', '이 목걸이가 좋은데 돈을 모아서 사야겠어' '난 벨리댄스를 좋아하는데 내 남편은 싫어해서 결국 보지 못했어', '우리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겨 볼까 생각해' 요즘 어떤 음식점은 사람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아 줄 서있다가 그냥 돌아왔다는 등등 ----이상하게도 자식들 얘기는 안 한다. 오히려 남편과 자신의 주변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외국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만큼 제한적인 환경안에서 사는 것인가 보다. 그래서 대화의 내용도 좁아져 있는 듯하다. 더구다 이곳에서 한국인으로서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기에 한국 아줌마들이 모이면 남편들과 어떻게 생활을 이끌어가는지에 대해서는 금기처럼 되어있는 것 같다. 오래 만났으면서도 절대 남편은 뭐 하는지 서로 묻지 않는다.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말은 안 해도 다 어려운 것을 알고 있어서일까?
한 가지 다른 점이 또 있다. 한국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가장 부유한 남편을 가진 아줌마가 그 모임의 주도권을 잡는다. 그 사람의 본의든 아니든 사람들은 쉽게 큰 집과 큰 차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주목하고 그 아줌마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영국 아줌마들의 모임에서는 캐랙터가 강한 사람 즉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개성이 강한 이 아줌마가 주변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많은 말을 하고 음식점은 어디로 가자고 제안한다. 여기서는 부유한 아줌마일지라도 별 주목이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영국 아줌마들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자식도 아니고 남편도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잘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만을 위한 한 번의 인생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남편에게도 비밀인 것이나 자신만이 생각들을 숨김없이 털어 놓으면 우리는 이런 얘기를 한다. '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데?'---
물론 한국 친구들과도 이런 속 깊은 관계를 갖게 된다. 가끔씩 만나지만 이런 속내음을 털어 놓고 자신의 얘기를 하는 모임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국 아줌마들의 테이블에는 쉽게 자식 얘기가 올라 와 모임 끝까지 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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