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반적인 일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되도록 해결하는데 미장원과 한국음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한인타운에 간다. 그래서 이제 단골 미장원 아줌마와는 많이 친해졌다. 올 해 들어 아줌마는 지금껏 8년 월세 살림을 접고 내집 마련한다고 무척이나 부풀어 있었다. 6월에 갔을 때 다음에 머리 자르러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하는지도 물어 보았고 새 주소도 알아 놓았다.
몇 년 동안 다녀서인지 이제는 아줌마네가 어떻게 영국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다. 아저씨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아줌마는 영국에서는 기술이 있으면 먹고 사는데 별 지장 없다는 정보를 얻고 아줌마의 미용 기술을 믿고 런던으로 이주했단다. 한인타운안에서 가게를 얻어 네 식구가 밥 먹고 사는데 별 지장 없이 지금까지 꾸려 나갔다고 한다. 특별히 자녀교육을 위해 따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는 대신에 여기서는 월세와 각종 세금 등이 큰 지출인 것이다. 여하튼 자식들은 대학에 들어갔고 대학을 다녀도 정부에서 융자를 해 주기에 부모나 본인 자신으로서도 부담이 없다. 본인은 줄업 후 년간 15000파운드 정도 벌게 되는 시점에서부터 정부 융자금을 갚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줌마네 둘쨰 아이까지 작년에 대학에 입학한 후로는 아줌마에게는 좀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어제 한인타운 미장원 앞에 섰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이사를 갔구나 싶어 기쁜 마음으로 메모에 남겨진 아줌마의 모발폰에 전화를 해서 새로 옮긴 곳으로 찾아 갔다. 이상하게도 주소를 정확히 말하지 않고 어디 수퍼 앞으로 오면 아줌마가 나온다는 것이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앞으로 나갔다. 아줌마가 나와 우리를 데리고 웬 집의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무 간판도 없고 두평 정도의 창고로 들어갔다. 그 허름한 창고에는 댕그러니 의자 두 세개만 놓여 있어 어찌된 일인지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는 집 판다는 광고와 주인이 제시한 집값을 보고서 집 구경을 한 다음 마음에 들면 구매자가 살 가격과 함께 오파를 던진다. 그러면 주인이 그 오파를 수락할 건지 거절할 것이지 답을 준다. 구매자의 오퍼가 수락되면서 서류상의 일들이 변호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보통 이런 절차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소요된다. 아줌마는 마음에 드는 집에 오파를 던지고 그 오파가 수락되었단다. 그러자 아줌마는 한인타운에서 잘 알고 지내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자연스레 이야기했단다. 그런데 아줌마의 친한 친구가 아줌마가 사려고 하는 집 주인에게 다음 날 아줌마가 던지 오파 가격보다 좀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오파를 던진 것이다. 그러니 집 주인 입장에서는 더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는 사려고 하던 집을 놓치게 되었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동안 미장원으로 사용하던 가게에도 불운이 들어 온 것이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부동산을 믿고 한국 사람이 집 주인인 상가에 월세를 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 주인이 영국 사람으로 바뀌면서 갑자기 이 영국 사람이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여하튼 벌어진 것이다. 어느날 아줌마가 출근해 보니 미용기구들이 모두 바깥에 나와 있고 문이 잠겨 있더라는 것이다. --여하튼 전 주인이 월세 계약을 양도하지 않은 것 같고 또 다른 내막이 있을 것 같지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얘기를 다 들을 수는 없었다. 최소한 그 한국인 주인은 이 월세입자에게 무엇을 한 것인지 기가 막히다 못해 화가 났다. 가끔 LA의 한인들이 서로 서로를 짓밟는 행태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여기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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