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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국적 불명인

여기서도 자녀가 고등학교까지는 집에서 부모가 차를 태워 주든,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니든, 여하튼  학교를 매일 다니기에 한 달에 얼마 정도의 용돈을 주고 아이들은 부모의 허락을 하에서 행동한다. 친구 생일이라고 나가거나 파티에 가거나 등등이 있지만 고등학생 생활이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후에는 큰 차이가 나타난다. 우선 학생들이 대학을 가든, 컬리지를 가든지간에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보려고 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혼자 하게 된다. 대학생이 되면 학비와 생활비을 영국정부로부터 융자 받을 수 있는데 이것도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지원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부모로부터 지원받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부모한테 앞으로 한 달에 얼마정도 지원금을 부탁하게 된다. 여기에 또한 학생들이 혼자 살거나 부모의 소득이 적은 경우에 그란트란 것이 있어 학생은 정부로부터 무상환의 돈도 지원 받을 수 있다.

 

우리 아이는 더군다나 다음해 입학허가를 받고 올해는 여행도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 작년 가을에는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뭰헨에서 두 달간이나 공부하면서 살다 왔다. 그 후 3달 간은 프랑스 남부의 몽블랑 스키리조트에서 오페어를 했다. 좋아하는 스키를 세 달이나 탈 수 있다는 조건에 열심히 일하고 틈틈히 스키를 탔다. 봄에 집에 돌아와서는 네팔에 자원봉사하러 간다고 돈을 모으려 온갖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더니 결국 집 주변의 경마장에서 웨이트레스로 가끔씩 일하고 있다.

 

처음 독일에 갈때만 부모로서 모든 돈을 지원해 주었고 그 이후에는 자신이 벌어서 여행을 가거나 생활을 계획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영국 학생들과 비숫하다. 부모로서 너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매월 얼마씩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말을 하면 그뿐이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하면 된다. 아이도 더 이상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 같고 부모도 적당히 해 주고 싶은 것만 해 주면 된다.

 

영국문화는 팝문화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팝에서 다른 영국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을 엿 본다. 심지어 자녀교육에 관한 그들의 사고와 행동도 참고로 한다. 대학생이 있는 영국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들이 어떻게 자녀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지 알 수 있다. 18살 이상이면 성인이라고 취급하면서 자녀의 수 많은 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자식 일에 자켜보고는 있지만 '너 이것 해라 저것 해라'식의 대화는 없다. 계속해서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지만 독립적으로 생활을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자식이 부모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경제적 도움을 끝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자식과의 관계를 처리하면 아무리 큰 자식이라도 부모에게 고분고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식은 이런 중에 윗 사람에게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내 해석으론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잘하면 보상해 주고 못하면 벌을 주라는 것인데 이런 것을 성인이 된 자식에게 돈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여기 영국에서 교육받는 한국아이들은 영국식 사고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경제개념에 있어서는 영국식으로 안 변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부모들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해 주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한국 아이들은 밖에서는 영국인처럼 행동하다가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영국아이들처럼 자립심이 강하지 않고 자꾸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양 문화에서 좋은 면만 취득하면 금상첨화지만 만약 나쁜 면만 취득하게 되면 이게 바로 국적불명인이 되는 길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영국식 한국식으로 행동과 사고가 왔다갔다 한다. 영국에서 사는 나,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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