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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막막함-2

영철의 방이 좀 더 넓고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회사와 가까와서 만난 지 3개월 후에 미향은 짐을 싸가지고 영철의 방으로 옮겼다. 영철은 미향이보다 1년 전에 영국에 영어공부하러 왔다. 군대 갔다와서 대학 3학년 복학하기 전에 연수차 왔다. 일 년만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가 복학하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 일 년이 넘어서면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결국 영철의 마음을 바꾸게 했다. 처음 배달을 월요일만 하던 것이 6개월이 지나면서 영어학교 시간을 저녁으로 옮기고 아침 7시 부터 저녁 5시까지 작은 밴을 운전하면서 런던 곳곳에 산재해 있는 중국슈퍼마켓과 음식점 등에 일본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그런 몇 개월이 지나자 미향이 이 회사에 들어 오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았다. 우선 한국에 다시 돌아가서도 치열한 입사시험을 뚫고 사무실에 자리 하나를 쟁취할 만큼의 자신감이 없었고, 부모님이 부자가 아니라는 점 그래서 심지어 영어 공부하는 모든 학비와 체류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 어느 곳이라도 자신들에게 일을 주고 돈을 지물하는 곳이 있으면 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영국이 좋았다. 어떤 일을하든지 급여가 좋고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하면 한국의 -사짜 붙은 직업보다도 돈을 잘 벌수 있는 희망이 있어 좋았다. 또한 주변의 숨막히는 기대감과 고정관념이 없어 영국에서 사는 것이 두 사람에게는 훨씬 행복했다.

 

라면과 밥만 자신있게 끓일 수 있던 미향과 영철은 인터넷에서 요리방법을 섭렴하고 함께 시장에 가서 배추도 사고 생선도 사고 -- 함께 찌게도 끓이면서 행복을 마음껏 마음껏 쌓고 있었다. 어느 날 미향의 생일에 영철은 화려하지 않은 청혼을 했고 미향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웃음으로 영철을 껴안았다. 그 후 영철은 자신이 work permit을 가져야지만 미향과의 영국 생활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회사 일에 더욱 더 열심을 가했다. 아예 학원은 가지않고 필요하면 밤 늦게까지 일을 했다. 아니 사장의 눈에 들으려고 성심성의껏 일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날 사장이 영철에게 정식고용 계약을 하자는 제의를 했다. 이 말을 듣고 두 사람은 백만파운드 복권 당첨된 것 마냥 기뻤다. 약 한 달만 휴가를 내서 한국에 계신 양쪽 부모님 찾아 뵙고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이곳에 와서 두 사람의 정식 신혼살림을 꾸며야겠다고 밤 새어가며  얘기를 했다

 

미향은 3시까지만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부엌용품 파는 가게에도 들르고 침실용품 가게에도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 전에만해도 그릇과 침실용품 가게들이 이곳에 있었는지 조차도 느끼지 못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여러 가게를 들러본 미향은 엷은초록색과 브라운 색 줄무니가 있는 컵과 같은 색의 침대커버과 베게 커버를 사가지고 이따 저녁에 영철이 이것을 보면 얼마나 즐거울까를 생각하면서 집의 문을 열쇠로 열고 이 층 계단을 사뿐히 올라갔다. 벌써 6시로 향하고 있었다. 침대커버를 새것으로 바꿔 놓고 아래층에 있는 공동 부엌으로 재빨리 내려갔다.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다른 한국 학생들이나 스페인 학생은 보통 9시 이후에나 들어온다. 그래서 6시에 부엌은 미향만의 것이 된다. 생선찜이 이제는 30분이면 된다 게다가 내일 두 사람이 싸가지고 갈 점심으로 약식까지 해놓았다.

 

곧 영철이 들어올 것을 알고 있기에 음식을 식탁위에 놓고 미향은 영철에게 전화하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에 다 올라왔을 때 미향의 모발폰이 울렸다. 미향은 영철임에 틀림없어 한 숨에 달려가 가방 속에서 모발폰을 꺼내 "자기야, 지금 오고 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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