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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식이 내인생?-1

막내가 9월 말부터 집에서 가까운 킹스톤 대학에 다니게 되었다. 주변의 몇몇 한국 사람들은 캠브리지나 옥스포드를 들어 갔다고 밝은 웃음속에 목과 어깨까지 뻣뻣해져가면서 자랑을 하지만 숙영이는 아무 말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기 영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킹스톤 대학은 별로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저 동네 한 구석에 있는 구멍가게와 같게 생각한다. 주로 대학가고 싶은 영국 학생들이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그런 곳쯤으로==영국 사회 속에서 비교해 보면 숙영의 막내가 킹스톤 대학에 들어간 것은  축하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주변의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도 끄낼 수 없다. 보통 다른 한국 아이들이 옥스브릿지(옥스포드대학과 캠브릿지를 줄여서 옥스브릿지라고 함)나 의대 등에 들어가는 일이 흔하게 있어 숙영은 입도 뻥긋 할 수가 없다. 이미 사람들도 숙영에게 막내가 어디에 들어 갔냐고 물어 보지도 않는다.첫째와 둘째도 대학에는 들어갔지만 한국 사람들이 알아주는 유명 대학은 아니였기에 호들갑스런 찬사 없이 그저 '응, 잘했네' 라는 말만 들었다.

 

막내까지도 대학에 들어갔다. 처음 세 명의 아들과 함께 영국 생활을 시작할 때의 목표가 아이들의 대학진학이였다. 이제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니 숙영은 서울에 있는 남편한테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 산지 벌써 11년 째가 되다 보니 구수한 청국장 냄새 풀풀나는 내 땅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한편 조용하고 마음 편한 여기서 살고 싶기도 하다.

 

외국어 고등학교 교감이였던 남편이 어느 날 느닷없이 숙영에게 아들들을 데리고 영국에 가서 사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 때가 큰 아들의 중학교 교복을 사들고 들어온 2월의 어느 날이였다.

'당신 연애 시절에 유학가고 싶다고 했지? 내가 밀어 줄테니 한 번 해볼래?'

'졸업한 지 20여 년이 지났고 또 자신없어. 아이들 공부시키기도 힘든데 갑가지 왜 나를 공부시키려고 해?'

'당신이 영국에서 공부하면 아이들을 대학까지 거의 돈 안들이고 시킬 수 있어'

그래서 나이 40이 넘은 숙영은 과감히 영국 유학의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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