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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자식보다 자신이 우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재미있게도 남편들이 제각기다. 영국인 남편,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한국남편

들의 아내들이 점심을 나누며 남편 흉을 실컷 보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 어제 영국남편과 사는 멜다네에서 만났다.

 

그런데 멜다가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이유는 자신도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남편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이번 가을부터 아들이 중학생이 되기에 더욱 더 사립학교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단다. 학비를 댈 수가 없다는 것이 남편의 이유다. 그러나 멜다 말에 의하면 남편은 레딩 축구팀 응원단 멤버쉽으로

일 년에 나가는 돈만도 어마어마하단다.  레딩원정경기 때마다 일박이일 정도의 경비를 쓰고 또 일 년에 대여섯 번 정도 가족여행 또 혼자만의 여행을 다닌다. 아이들 데리고 캠핑하는 것은 물론 온 가족과 함께 유럽 자전거 여행 등등 취미생활로 밤하늘 관찰하는 것도 결국 또 혼자만의여행이 된다. 멜다는 이런 것을 포기하면 아들을 사립학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남편은 죽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과 취미생활을 포기 못한다고 서로 우겨대는데 결국 돈 버는 이가 남편이다 보니 자식을 사립학교 못 보낸다고 멜다가 기분이 나빠있었다. 

 

그런데 다른 두 친구들은 멜다가 만들어 준 가지요리를 먹으면서 사립학교가 확실히 좋다는 얘기를 끝이 없이 토로하고 있었다.

모두들 두 명의 아이들을 두고 있는데 모두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우연히 같은 사립학교를 보내고 있으니 만나면 둘은 이 학교 칭찬에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둘다 모두 남자아이들만 있는데 집에서는 말도 안 듣는 개구장이있데 학교에만 가면 선생님 말도 잘 듣고 얌전하게

변한 모습에 마냥 놀라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물론 우리도 딸을 사립학교 보냈었다. 이상하게도 영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자녀 교육에 더 헌신적인 것 같다. 스페인남편, 프랑스 남편,

한국남편들이 영국 땅에 살기에 자식의 앞날을 더 걱정하게 되지 않나 싶다. 내가 보기엔 우리 모두 경제적으로 비슷하다. 멜다 남편 말대로 돈이 없어 멜다네가 사립학교 못 보내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살고 있는 집 크기가 비슷하다. 남편들이 온 가족을 부양하고 아내들은 살림하고 있다.

 

스페인 남편을 둔 친구가 말했듯이 자식 사립학교 보내기 위해 남편 자신은 물론 가족도 여행을 가지 않는단다. 물론 남편의 취미생활은 더군다나 없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자식교육에 목을 메고 있다고 하는데 글쎄 사람 사는 것이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 아님 외국인으로서 영국에 사는 것이 내심 불안해서 다른 서양 남편들도 마치 한국사람처럼  자식교육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희생하고 있는 듯하다. 남편들의 개인적 즐거움은 이미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올 때 자신의 땅에 꽁꽁 묻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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