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화창하게 햇살이 비쳤다. 햇살은 따뜻하지만 바람은 매섭게 차가웠다. 마치 한국의 겨울 날씨같았다.
오랫만의 밝은 날씨처럼 몇 개월만에 친구를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작년 여름 이후로 서로가 시간이 안 맞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메일만 오갔다. 50대 아줌마라 그런지 메일이 속 시원하지 않았다.
수십 년 전에 영국대학에 공부하러 온 이란 남자를 만나 사는 사라는 영국인이다. 남편 탓인지 사라는 아시아 친구들이 많다.
아시아친구들이 소개한 한국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사라는 한국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나 보다 더 한국
드라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오늘도 한국전통 요리와 요리사에 대한 드라마를 보았다며 줄거리를 얘기해 주었다.
사라의 딸은 24세 내 딸은 21세여서 우리는 만나면 딸들에 대해 얘기하고 부모에 대해 얘기한다. 사라의 딸은 요즘
부모의 속을 꽤나 상하게 하고 있다. 대학공부를 포기하고 운동복 가게에서 일하는 것도 대학졸업자인 사라부부를
불편하게 하는데 남자친구마저도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안는다고 한다. 30이 다 되는 나이에도 미래에 대한, 직업에 대한
확고한 방향이 없이 방황하고 있단다.
사라의 남편은 딸의 남자친구가 딸과 함께 사라 집에 들어와 산다는 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고 한다
여기서는 자식들의 남자 여자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집에서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서도 딸과 남자친구를 데리고 알프스에 스키를 타러 가기도 하고 겉으로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속으로만 빨리 헤어지길
빈다고 했다. 겉으로 내색을 해봤자 사라부부가 원하는대로 딸이 남자와 헤어지지도 않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딸 앞에서는
전혀 표현을 안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라는 자신들의 참을성이 끝까지 자신들을 잘 이끌어 주어 언성을 높이거나 감정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 영국인들의 미덕 중 하나가 참을성인 것 같다. 교통사고로 차가 막혀 몇 시간씩이나 차속에 갖혀도 누구 하나도 차를 박차고
나와 소리를 지르는 사람 하나도 없다. 돈을 지불하는 창구 긴 줄에 있어도 한 명도 투덜거리는 사람도 찾아 보기 힘들다.
화를 내거나 감정에 휩싸여 언성을 높혀 보았자 얻어지는 결과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반대인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식들의 문제에 있어서도 부모로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식의 부모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켜본다. 지켜보면서 필요할 때
조언을 해 주는 것이 고작이다. 아니면 혈기왕성한 자식들이 쉽게 집을 떠나버린다. 그러면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닺는다.
이것보다는 한 동안 참고 있으면서 자식이 자신의 자리에 아니 부모가 바라는 위치에 돌아오길 바란다.
영국 아줌마와의 만남은 내가 영어표현이 어려운 점만 제외하고는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서로 자식들은 가지고 견주지 않는다.
사라의 딸은 그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내 딸은 내 딸의 삶을 사는 것이지 어떤 것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이 없다. 그저 부모로서
바라는 것이 자식들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자신의 생활을 독립적으로 꾸려나가길만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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