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중고차가 30000마일(48000킬로)을 뛰어서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마침 차 자체에서 서비스를 받으라는 사인과 경고음까지
나오고 있었다. 내가 일이년마다 가는 수리센터에 중고차 산 다음 날인 1일에 전화했더니 14일에나 내 차를 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목요일에 내 차를 아침에 맡기고 저녁에는 남편 차를 놓고 다음 날 다시 남편 차를 찾아 왔다. 마침 남편 차도 브레이크패드를 갈아야 했다. 우린 레딩(Reading)과 윈저(Windsor)중간 쯤에 살고 있어 2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하는 불편이 있다. 그렇지만 잘 고치고 믿음직해
보이는 곳 같아서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이곳에 간다.
이곳은 2006년에 내 차가 길 위에서 시동이 꺼져 보험사의 견인차에 이끌려 와 처음 알게 된 곳이다. 영국 노부부가 운영하는데
평생을 수리공으로 살아온 60대 남편과 젊은 기술자 둘이서 차를 수리하고 있다. 할머니인 아내는 전화를 받고 서류정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6년 동안 6 번 정도 가 봤는데 한 번도 전화한 그날에 내 차의 수리를 받아 본 적이 없다. 항상 2주 정도는 이미 예약된 차들이
많아 2주 후에나 내 차를 살펴 봐 주었다. 일 년에 한 번 2-3주 휴가를 제외하고는 성실하게 다른 데 한눈 팔지 않고 우직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인지 이번에는 주택가 골목에서 간판도 없이 쑥 들어간 좁은 골목으로 50미터 더 들어가야만 하는 그야말고 숨겨진 곳에
수리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갈 때마다 보면 수리받을 차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나이가 들어 힘들어서 그런지 일 년 전부터는 집 근처로 차센터를 옮기고는 점심은 집에 들어가서 먹고, 집에 혼자 있는 개를 데리고 다시 나온다. 개를 데리고 있다가 5시 쯤에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금요일에 수리가 끝났다는 전화를 받고 남편 사무실에서 출발했는데 차가 많아 늦어졌다. 영국은 금요일 오후에는 항시 교통량이 많아 결국 5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한 명의 기술자만이 일하고 있었고 부부 사장님은 퇴근한 것이다. 차 열쇠를 주면서 모든 비용영수증은 우편으로 보낼테니
차 갖고 가라고 사장님이 말했단다. 우리는 외국인이고 레딩(Reading)에 살고 있지도 않다. 더군다나 차로 2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산다.
노인부부가 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주소와 전화번호뿐인데도, 믿고 영수증을 편지로 보낸다니-- 순간 감동했다.
우리네 같으면 집도 바로 근처라서 우리보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나와서 돈 받을 것 같은데도 그냥 가라고 하니--
벌써 여러 번 영국사람들로부터 이런 믿음에 찬 반응을 경험해 보았지만 마음이 푸근해진다. 살 맛나는 세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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