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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람

신년을 맞이하면서 맨 처음 하는 것

이번에는 두 달 만에 친구들은 만났다. 내가 바빠서 만남을 미뤄왔다가 이번 주에야 만날 수 있었다.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를 얘기하던 중 영국남편과 살고 있는 멜다의 얘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벌써 내년 휴가갈 거를

정해 놓았고 이에 따라 비행기표까지 예매했다는 것이다.  온 가족 4명을 위해 4월에 부활절과 여름방학에 터키 가는 표를 끊었다는 것이다.

멜다는 원래 터키여자지만 영국남편과 20여 년을 살고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영국사람같은 분위기가 많다.

 

그리곤 3월에는 항상 스키 타러 가고 또 가끔씩 혼자도 여행한다. 남편도 아이들 데리고 북쪽으로 캠핑하러 간다.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취미인 남편은 아들과 벗 삼아 천채만원경까지 사서 가끔 밤하늘을 뚜러져라 쳐다 본다. 또 가족을 데리고 유럽 자전거 여행도 

다닌다.  옆에서 보면 멜다네 가족은 여행을 거의 두서너 달마다 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영국사람들이 일 년에 여행을 평균적으로 3-4번 정도 한다는 자료를 보았는데 바로 멜다네 가족이 이 일반적인 영국가족이

아닌가 싶다. 2013년, 한 달 앞 두고 내년 여름에 떠날 비행기표까지 구입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나와는 많이 다르다 싶다.

멜다네에서 가장 우선 순위로 중요한 것이 여행이 아닌가 싶다.

 

멜다네가 부자여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남들이 안 입는다고 버리는 헌옷과 장난감을 자주 집으로 가지고 갔다. 친구들과 만나 멜다가 음식값을 낼 차례가 되면 멜다는 집으로 우릴 초대한다. 레스토랑 음식값보다는 집에서 차리는 것이 맛있기도 하고 또 싸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유명 브랜드 옷을 입는 것도 호화스럽게 사는 것도 아니지만 이 집에서는 자신들이 하고픈 일에 즉 취미생활에 드는 비용이 있으면 이것을 먼저 처리한다. 온 가족의 여행과 남편의 천문관찰 취미와 아들의 체조활동에는 아낌없이 돈을 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레고랜드(우리네 에버랜드 같은 곳)라는 곳을 한가한 주말만 되면 데리고 갔다. 일 년 회원권을 끊어버린 것이다.

 

우리 모두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번다. 그러나 그 번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는 좀 다르다. 우리네는 자식교육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돈을 쓰고 아님 미래를 위해 모으지 않나 싶다. 하지만 멜다네를 보면 현재 온 가족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 즐거운 기억들이 나중에 이들 4 명의 가슴 속에 남아 앞으로의 삶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사회보장이 든든한 영국사회에서 살다보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우리네보다는 아주 덜 하기에 이렇게 현재의 행복감에 중심을 두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