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하던 중에 한 영국 아줌마가 다가와 혹시 파트타임 자리가 있냐며 넌즈시 나에게 물었다. 미안하게도 이곳에서도 자리가 없다며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한 동안 지속되었다. 항상 계약직으로 은행에서 일하다가 일반 가게에서 판매직으로 일하던 중 이번 금융위기로 또 일지리를 잃었고 지금은 파트타임이라도 일하려고 일자리 알아 보고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항상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서 계약이 끝나면 일을 그만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에 별로 화가 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유로와 보이기까지한 모습으로 아무 일이라도 할려고 하니 잘 될거라고 스스로 환하게 웃는 것이였다.
집에 돌아와 한국 뉴스를 다운로드해서 보다가 자동차회사에서 해고된 사원들의 애절한 몸부림을 보았다.
10년 이상을 한 곳에서 한 가지 일만을 해 온 사람이 그 직장을 그만두면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 지 그저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암담함일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정규직을 더 이상 지금처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비정규직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나의 정규직 자리보다 많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해 내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절망이 아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옛날에 한 은행에 다니다가 97년 금융위기로 은행에서 나와 무엇을 할 까 망설이다 노래방을 차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한 번 직장에서 나오면 다른 비정규직이라도 다시 일자리를 얻기 보다는 자신의 사업을 차려야만 하는 경우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에는 유흥음식점이 과다하다 못해 철철 넘쳐나서 음식점과 같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제살 깎아 먹기라는 말이 있다. 결국 그 분도 투자한 금액과 관리비 등등을 손해만 보고 노래방을 헐값에 넘기고 나왔다. 다행히도 나중에 그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주 몇 일씩 일하게 되었다.
만약 자동차 공장에서 그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없다면 그 일을 나누워 여러 명에게 나누워 주었으면 좋겠다. 당장 아무 일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일 주일에 몇 일 씩이라도 일하면 자신의 다음 일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 까 싶다. 아니면 이것으로 만족해 하는 생활방식을 익히든지 여하튼 한 사람만 생활의 보장을 얻을 수 있는 상황보다는 서너 명이 아주 기본적으로 생활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 전체 사회 측면에서는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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