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에 내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 설명회가 있어서 아이화 함께 아침 부터 서둘러 런던 시내 한 복판에 갔다. 우리 집이 히드로 공항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데도 런던 중심까지 가는데 약 두 시간이나 걸린다. 강당 앞에 서 있으니까 우리처럼 엄마와 함께 온 학생들은 약 반도 안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대부분 학생들이 혼자서 왔다.
대학의 교수가 먼저 교육과정을 설명한 후에 예비 학부모들에게 질문 시간을 주었다. 1학년 후에 얼마나 학생들을 줄일 것이냐, 취업은 어느 정도로 되고 있는가, 1 학년들 모두에게 기숙사 시설은 충분한가, 등등을 끊임없이 물었다. 그리곤 학생들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학교 시설에 대한 투어를 시작하였다. 학부모들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기존의 학생들의 인솔하에 학교 시설을 둘러 보았다.
기숙사로 먼저 들어갔는데 약 2-3평 정도 되는 곳에 침대와 책상, 장롱 그리고 샤워시설이 있었고 그 층에 공동 부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원룸같은 기숙사의 한 달 사용료가 500파운드(100만원)란다. 그것도 전기, 가스 등은 제외된 가격이다. 이외에도 대학생들은 용돈도 필요하고 스스로 음식을 사서 요리해 먹어야 하는데 그 비용은 보통 약 한 달에 600파운드에서 1000파운드가 더 든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를 인솔하는 기존의 대학생에게 한 엄마가 물었기에 알 수 있었다. 요즘은 영국의 대학 학비가 한국에 비해 더 싼듯 싶다. 왜냐하면 대체로 영국 대학의 학비는 약 년 3000파운드(600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국인과 외국인 중에서 영주권이 있는 학생들에게 적용된다. 외국인들에게는 보통 년 12000파운드 그러나 의대는 15000파운드에서 30000파운드까지 한다. 물론 런던 시내에 살아서 기숙사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경우라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을거다. 2학년이 되면 기숙사에서 나가야 한다고 한다. 학교 주변에서 방을 월세 얻어서 사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기숙사에서 나와 줄을 서서 무리 속에서 걷고 있는데 한 영국 아줌마가 'Are you Korean?'이라고 물었다. 난 너 어떻게 내가 한국인인 줄 아느냐고 물으면서 우리는 결국 학교 투어를 포기하고 카페에 앉아서 얘기 꽃을 피웠다. 그 사람은 주업이 가디언이라고 했다. 외국 유학생들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보딩스쿨(기숙사 학교)인 경우 주말이나 학교의 방학 기간에 가디언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학교와의 주연락처가 되는 것이다. 가디언 일을 8년 간 주로 일본과 한국학생들을 돌보고 있는데 오늘을 특별히 일본학생을 위해 함께 왔다고 했다. 보통은 대학 설명회에 참석하지는 않는데 이 일본 학생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그 부모로 부터도 간곡한 부탁을 받아서 이렇게 왔다고 했다.
외국 유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기는 결코 아이를 혼자서 유학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첫째 가족이라는 것이 함께 살아야 서로 정이 들고 또 자식도 곧 18세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는데 즉 겨우 18년 동안만 함께 하는 시간인데 그 시간마저 떨어져 살면 가족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자식과의 관계를 잘 세워 나야지만 나중에 커서 멀리 떨어져 살아도 서로서로 생각해 주고 염려해 주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유학생들의 부모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데 이상하게도 반대로 조기 유학생인 경우 가끔씩 부모에게 resentment를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조기 유학, 영어--이런 단어들이 이제는 귀에 익숙한 지금 조기 유학생들에 대한 그녀의 개인적인 의견에 전혀 그 동안 생각해 보지 못한 것(resentment)을 들어서 좀 놀랐다. 그녀의 생각에는 조기 유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사는 학생들에 비해 의젓해보이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달이나 지난 지금 갑자기 그녀의 얘기가 생각난 이유는 바로 내 주변에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 내 조카때문이다. 조기 유학생도 아닌데 서울 한 가운데에서 가정상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 조카의 선생님으로 부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로 전화가 와서 지금 온 가족을 걱정시키고 있다.
우리는 부모와 자식의 인연으로 태어나면 시간이나 거리 아니 어떤 요소가 중간에 끼여 들어도 항시 부모자식의 관계는 단단하고 불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곳의 사람들은 좀 다른 것 같다. 부모자식의 관계도 남들과의 관계처럼 서로서로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과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서는 간혹 부모가 유산을 물려 줄 때 자식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나 심지어 개한테 주는 경우를 보면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영국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 당 만원 아르바이트 위해 4만원 차비 들이고 오는 젊은이들 (0) | 2009.05.15 |
---|---|
경기불황 속의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 (0) | 2009.04.07 |
아르바이트(PART-TIME JOB)!!! (0) | 2008.05.16 |
나이와 학교는 묻지 않는다. (0) | 2008.05.14 |
친구와 함께 점심을 (0) | 2008.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