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찾아온 의미는???
얼마만에 다시 찾은 생활인가?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이 새삼
존경스럽기만 해 보인다. 아직까지 차가 없느터라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근처의 다른
한국 사람이 살고 있는 곳까지 간 후에 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회사에 도착한다.
생주스 한 컵을 홍범의 손에 건네면서 수진은 행복했다.약 한 달이 지나 결국 홍범은
중고차를 타고 출근하게 되었다.
낮에 수진은 이곳 저곳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이력서를 보내고 있지만 아지도 수진에게는
좋은 소식은 날라 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별로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한국 수퍼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것은 마음에 내키지 않고, 작은 한국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수진의 온 시간을 퍼부어야 하므로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국회사에 이력서 내는 것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자신의 이력으로는
역부족임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제 밤 9시, 10시에 들어 오는 일이 허다해졌다. 그리고 가끔 술이 취하면 본사에서
파견나온 주재원과 자신과 같은 현지 채용인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면 욕지거리를
퍼붓곤 한다. 또 어떤 때는 도대채 영어가 부족해 당황할 떄가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도 한다. 그리도 수진은 당신도 잘하는데 괜잖을거라고 말해 보지만 괜시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일 년의 고용 계약이 약 한 달밖에 안 남았다. 계약만료까지 2 주 남아 있는 7월 중순 결국
부장님이 홍범을 불러 회사측에서는 다시 고용할 계획이 없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수진은 이번에는 재개약이 1년 이상일거라며 계속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홍범도
잘 알고 있다. 수진이 영국에서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물론 홍범도 마친가지이지만
직장이 없이 돈이 없이 어떻게 생활을 지탱할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벌써 30세 중반을
넘어섰는데도 아이도 없고 다시 한국에 전세 집마저도 마련할 돈도 없는 상태이다. 일 년동안
월급에서 기초 생계비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했지만 처음 영국 올 때 홍범이 가져온
돈을 아직 채우지는 못했다.
두 사람이 함께 산 이후 처음으로 한 달 내내 싸우기만 했다. 수진은 좀처럼 영국에 살고 싶어하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여기서 살아 보자고 한다. 이제는 한국 수퍼에라도 나가 일하겠다며
홍범도 다시 일자리를 찾으면 찾을 수 있을거라고 확실하지 않는 희망만을 토로할 뿐이였다.
홍범은 수진이 작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자 않을 것도 알고 있었고 또한 수진이 행복해
하지도 않을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회사에서 일하다
영어 잘해서 영국 유학의 혜택까지 받은 수진이 어떻게 점원의 생활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수진은 다시 박사 공부를 하고 싶었다. 홍범이 일하러 간 낮 시간에 수진은 혼자서 준비하고
있었다. 홍범이 눈치채고 있었지만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수진이 한국으로 홍범과
함께 돌아가길만이 자신들의 살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범은 자신의 한계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아무래도 한국뿐이라는 것을 날이 갈 수록 깨달아 가고 있었다. 젊었을
때 한 번은 외국 생활에 대해 동경도 해 보기 때문에 쉽게 수진의 의견에 따라 또한 그 때 회사의
상황도 폐쇄의 길로 가고 있었으므로 여러가지 생각끝에 영국에 오기로 했다. 그러나 이제
2년을 살고나니 언어의 장벽이 너무 크다는 것과 이곳의 생활이 더 살벌하다는 생각이 듣다.
결국 홍범은 수진을 영국에 남겨둔 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수진은 결국 의지를 굽히지 않고 약간의 장학금을 받아가며 박사 과정에서 공부를 하고
홍범은 다시 서울에서 직업을 찾았다. 전세돈 중에서 두 사람이 반반씩 나워같고 헤어졌다
그 돈으로 수진은 공부하고 있다. 홍범은 그 반의 돈으로 작은 오피스텔 전세를
얻어 혼자 살고 있다. 서류 상으론 지금까지 부부이지만 두 시람의 마음은
히드로 공항에서 헤어진 상태이다. 40살이 되어버린 홍범은 4년 전 수진이 영국 대사관에서
유학보내 준다는 소식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