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평온함
엄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아니 내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한국어 강사일을 접고 한국에 갔다왔다.
엄마를 두 달 집에서 모시려 했는데 우리에게 맞는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다시 요양병원에 입원시켜 드리고 4월말 돌아왔다.
오자마자 다행히 부엌공사로 허전한 내 맘을 바쁘게 만들었다.
6월 중순이 넘어서면서 내 주변이 다시 평온해졌다. 강사일을 접었지만 다행히 한국물건 수입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컴퓨터 작업하고 점심에 개 산책, 오후엔 하고픈 일 즉 수영, 그림, 가든닝을 하고 있다.
매일 개 산책시키면서 아니 개가 나를 운동시키면서 드는 생각은 그래도 잘했다란 생각이다.
집에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엄마를 모시고 한달 반가량 살아보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내가 그 강사일을 지속하더라도 3-4년 정도 더 할까?
물론 70세까지도 할 수는 있겠지만 젊은사람처럼 정열적으로 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매일 개를 데리고 윈저, 레딩의 근처 공원을 섭렵하고 있다.
레딩(Reading)근처 우들리(Woodley)란 동네 공원인데 여긴 특별히 꽃밭을 예쁘게 가꾸었다.
주로 노인들인 자원봉사자들이 꽃밭을 가꾸고 있는 걸 가끔 보았다.
사진 찍은 이유는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서 가평에 집을 짓고 살면서 이렇게 가꾸고 싶어서인데 글쎄----
남편 따라서 영국 와 살다보니 이젠
딸이 여기서 직장을 잡고 사니 어떻게 될지 확신이 없지만---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영국에 들어와 살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또 자식과 함께 기러기생활을 하려는 주부도 아직 있다고 들었다.
영국에서 잘 살고 있는 한 한국 아줌마로서 글쎄--
결국엔 자식은 영국에 정착하기 쉽고 나이 든 나같은 부모는 외로움이 더해 간다.
발만 영국땅을 딛고 있지 동네반장도 할 수 없는 영어실력과 문화차이로 이 외로움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막상 한국에 가서 한 달 넘게 있다보면 또 영국에 가고 싶어진다. 이런 간사스런 병이 생긴 것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마음이 한국과 영국을 왔다갔다하는 병
그래 왔다갔다하면서 살아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