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영국노인들
한국도 요즘 문화센터가 주변에 많이 있지만 문화센터에 주 수강생들은 글쎄 노인들은 아닐 것 같다. 영국에서는 미술과 음악,사진 심지어 컴퓨터 강좌에까지 등록하는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여하튼 자식들이 대학에 다니기 시작한 부모들부터 아예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한 경우의 노인들이 자신들을 위한 시간을 아트센터 등에서 보내고 있다. 그래서 중장년층들이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아트센터에도 중장년층과 노인들이 전부다.
또 한 가지 영국 중장년층은 이때부터 부부가 여행을 더 많이 다닌다. 그런데 방학기간이나 복잡한 연휴를 피하면서 다닌다. 이렇게 학기 중에 여행을 다니면 비용도 싸서 좋고 사람도 북적거리지 않아서 훨씬 좋다. 우리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이번에 느꼈다. 4월에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만석이였다. 한 자리도 빈 자리가 없이 꽉 찬 보잉기를 타고 돌아왔다. 만석의 주인공들이 바로 아줌마와 아저씨들이였다. 바로 옆 좌석이 단체관광객이였는데 50대 후반 부부로 남편의 퇴직기념 여행이란다. 이런저런 일로 한국의 장년층들이 4월에 해외여행에 몰리는 것 같다.
일상적으로 영국 노인들은 정원을 돌보는 일과 책을 읽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는 취미생활에 흠뻑 빠져 지낸다. 그런데 50대 중후반 한국 내 친구들은 정말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우선 가족의 주 수입원이 곧 끝나게 되어 앞으로 30년 이상의 생활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자식의 취업걱정까지, 또 부모나 가족의 건강상의 문제로 걱정하고 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걱정과 근심 속에서 사는 것 같다.그런데 영국 장년과 노인들은 얼굴에서부터 정말 편안함이 술술 흘러나온다.
누구나 아프면 나라에서 치료해 준다. 심지어 암치료도 무료다. 이번에 우리 집 샤워부스를 교체했는데 이 일을 해 준 핸디맨이 바로 영국인 60대였다. 아내가 암선고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 핸디맨은 주 3-4일 일하면서 아내를 병원에 실고 다니는 일 정도 하는 것 뿐이다. 병원비, 치료비 걱정은 없었다. 자식들 걱정도 안 하고 그저 자신과 부부를 위한 생활과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 같다. 우린 언제 이렇게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