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람

영국인의 해변나들이

윈저아줌마 2013. 9. 5. 01:17

몇 년만에 찾아온 20도 넘는 쾌청하고 따뜻한 날씨가 9월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주까지만 파란 하늘이라는 가상예보에 김밥을 챙겼다. 긴긴 비바람을 앞두고 선물같은 오늘을 즐겨야 할 것 같았다. 하루 나들이가 집에서 너무 멀면 부담스러워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의 해변가를 찾다가 사우스햄튼 옆 lepe country park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니 미소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우선 해변가를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처럼 개를 데리고 해변가를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고 해변에 자리를 잡고 몸을 담그거나 수영하는 용감한 이들도 있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들이객들은 해면에 누워 선텐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는데도 영국 나들이객들은 큰소리치는 것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바다를 향해 소리치는 사람도 없었다. 또 짐도 많이 싸 갖고 다니지 않았다. 간단한 스낵정도만 싸 갖고 와서 간단히 허기만 메우는 것 같았다. 우리네 같으면 김밥은 물론 고기와 과일까지 갖고 와 배를 채우고 돌아가는 것 같은데--

 

노부부들은 주차장에서 아님 바로 차 옆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을 잡고 함께 바다를 바라보면서 책을 읽는 모습이 정말 여유롭고 한가롭고 행복해 보였다. 나도 지금까지는 영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휴가의 개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해변에 눕다가 바다에 발 담그고, 책이나 신문 보다가 잠시 낮잠을 자는 척하고는 싸 갖고 간 냉커피와 김밥을 먹는 무지 지루한 것을 해보니 그나름대로 괜찮았다. 조용히 명상을 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정말 리렉스한다는 것이구나 싶었다.

 

되돌아 오는 길에 웬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바닷가에 가면 우리가 흔히 하는 것 회 한 점이라도 먹고 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