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람

How are you feeling?

윈저아줌마 2013. 3. 1. 22:50

주말에 차 사고파는 일로 바쁜 와중에 화요일에 친구들이 우리집에 찾아 왔다. 2개월 만에 만나는 것이였다. 겨울에 뭐 하고 지냈는지 얘기하다가 모두의 관심을 끈 점이 있었다. 영국남편과 사는 멜다는 남편이 '요즘 어때? 뭐 하고 지내? 오늘은 뭐 했어? 왜 그 친구 안 만나?' 등의 질문을 하는데 자신은 싫다는 것이다. 귀찮다는 것이다. 괜히 물어 보는 것 같다고 싫다는 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녁식사 때마다 묻고 있다고 한다. 멜다는 자신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 아무 얘기도 안 할 수도 없으니 자신에게는 귀찮은 대화라도 했다.

 

아니! 듣고 있던 우리는 괜시리 물어도 좋으니 형식적으로 기분을 묻는 말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들 남편들은 이런 질문을 안 해서 우리는 불만인데 왜 그러느냐고 반문을 했다. 스페인, 프랑스, 한국남편은 집안 일이나 자식 일에는 말이 많은데 정작 아내가 어떻게 뭐 하고 지내는지, 요즘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분이 어떤지에는 전혀 입을 열지 않는다고 모두 동조했다.

 

그런데 영국남편은 아이들 문제나 집 일 보다는 아내의 기분이나 생각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영국남자는  진짜 다른 나라 남자들과는 다른가 보다 싶었다. 이렇게 아이나 아내에게 자상하지만 자신만의 프라이버시와 생활을 고수하는 것 같다. 멜다 남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지지하는 레딩축구팀 응원하러 다닌다. 그것도 원정경기에는 1박2일로 먼 곳까지 여행을 다니고 별 관측한다고 또 혼자 돌아 다닌다. 즉 냉정하리 만큼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혼자서 꼭 즐긴다.

 

지난 번까지는 스페인남편과 영국남편들이 모두 밤하늘 별 관측하는 취미에 빠져 있었다. 남편들은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다. 그런데도 마치 친구인 것 처럼 스페인남편이 지난 가을부터 별 관측 취미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영국남편은 오랜 전부터 하고 있었다.

 

아세가 자신의 스페인남편이 이번 겨울부터 빵 굽는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빵을 구워서 옆집에도 갖다 주고 여하튼 맛있는 빵을 잘 먹고 있다고 자랑했다. 또 가족을 위해 가끔 직접 저녁을 요리하기도 한다고 했다. 듣고 있던 멜다가 자신의 영국남편도 요즘 케익굽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양 아빠들은 축구경기 관람, 아이들과 캠핑하기 자전거 타기, 별 관측하기, 빵굽기(요리)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즘 한국 젊은 아빠들도 비슷할까? 그런데 아내의 기분이나 생각에 관심을 갖는 남자는 영국남편 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