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한국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윈저아줌마 2010. 10. 6. 20:38

9월 중순에 엄마를 보려고 한국을 찾았다. 이 주간 머무르면서 가족들을 만나고 또 친정 엄마와 이모와 함께 이번에는 강원도 대신에 전라도로 여행을 다녔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도 있고 산에서 가게에서 동네 반찬가게에서 인사를 주고받다가 느낀 점이 있다. 자식교육과 집 가격이 우리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아이들 학원비가 일인당 보통 100만원이 넘는다는 얘기는 이제 당연시 되었고, 이런 말과 함께 자신의 아이들이 더 비싼 과외를 받지 못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는 것을 진리인냥 떠든다. 우리 모두들 학생시절을 거쳤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우리가 더 잘 안다. 이 말이 거짖이라는 것을-- 아무리 휼륭한 선생님이 이해 쉽게 설명하고 요점정리를 잘 해 주어도 결국 내가 그 지식을 내 머리 속에 넣고 그것을 여러 면으로 직접 연습해 보아야 하는 것 아니가? 이렇게 말하면 요즘 대학입시는 과거와는 다르다고 한다. 그 다르다는 말은 입학 정보를 말하는 것이지 지식습득 즉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 다음 나오는 얘기는 아파트 가격이다. 6년 전에 분당으로 이사한 사람은 두 배로 껑충 올라버린 재산에 목소리마저 커졌다. 지금은 예전 가격에서 비해 많이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자신의 행동까지도 펑티기를 하게한 것 같다. 이 사람이 나오는 만남에서는 이 사람이 주로 대화를 진행한다. 같은 아파트에는 어떤 재산가가 산다는 둥 지하에 있는 주상복합 지하에 있는 국수집이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는 둥 또 강남 이외의 지역은 마치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 것처럼 풍기는 뉘앙스 등 그리고 남의 생활사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더 나쁜 것은 자신의 기준과 생각으로 비평과 비하을 서슴치 않는다.

 

우리가 대부분 가정을 꾸리면서 자식을 키우니 자식 이야기가 우선으로 나오고 또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젠 이상하지않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슬프다. 왜 우리는 내 자신에 대한 아야기 즉 난 요즘 뭐 하고 지내는지, 우울한지 행복한지라는 얘기는 하지 않고 그저 자식과 집 얘기뿐인지? 내가 영국에서 살다보니 좀 변했나 보다 나도 옛날에는 같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아줌마들이 모이기만 하면 자식교육과 아파트가격이다. 물론 이들은 바람 피지 않는 그나마 건전한 아줌마들일거다. 모든 것을 일렬종대로 열거해 순위를 매기는 아줌마들의 언행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3박4일을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전라도 함평의 한옥마을에서 민박을 하였다. 정갈하고 기품있는 한옥집 주인 할머니와의 짧은 첫대면에서도 진솔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딸과 손녀딸, 단지 셋이서 살아가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내 친정엄마가 치매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는 내 마음 속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서 자신만이 잘났다는 식의 과시가 없이 솔직하고 풋풋한 이야기를 나누면 따뜻한 위로와 정을 느낀다.

 

서울에 머무르면서 가끔씩 잘 살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물질만능에 사로잡힌 사고에서 경쟁으로 치닫는 모습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누가 요즘 돈을 무지 잘 벌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화장품은 이런 유명상표를 사용해야하고 심지어 후라이팬도 특정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한다.

 

가끔 아시아인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 같다는 얘기가 있다. 그 만큼 개성이 없고 기계적 이미지라는 뜻일거다. 남들과 똑 같은 것을 입고 먹고, 같은 집에서 살면서 남보다 뛰어나려고 경쟁하니 얼마나 힘들까 싶다. 그냥 저마다의 개성대로 맘 편하게 살면 좋을텐데. 내가 사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남들과 줄세워서 내가 앞에 서 있다고 아님 내가 튄다고 내가 행복할까? 그렇다면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날 불현듯 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에 불안해서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하면서 만족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