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
19년을 내 품에서 끼고 있던 자식을 기숙사라는 곳에 떼놓고 온 날이 지난 일요일이였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템스강 남쪽에 있는 기숙사라는 이름이 내 마음을 좀 찡하게 했다. 기숙사 앞 작은 마당앞에서 우리와 같은 부모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자식을 껴앉고 한참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긴 헤어짐을 하는 부모와 자식들의 모습-. 가끔은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도 있었다.
여하튼 큰 가방 두개와 작은 가방 서너개를 남편과 나와 아이가 질머지고 끌면서 작은 방문이 줄지어 있는 3층 건물에 ㄷ자 모양의 복도를 통과하여 2층 맨 끝에 있는 아이의 방에 들어갔다. 3평 남짓한 곳에 침대와 책상, 장롱 그리고 세면대가 우리를 맞이했다. 이곳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 준다. 보통은 자신들이 식사를 해 먹어야 해서 이로인해 부엌에서 요리를 하다가 친구를 쉽게 사귈 수도 있다고 한다. 또 자신의 그릇이나 음식들이 감쪽같이 없어지는 짜증이 있기도 하다. 그러니 내 아이가 묵게 되는 이곳은 오래된 건물로 고등학교 화장실같고 수련회 샤워장같다.
아이의 얼굴에는 금새 실망감이 가득했다. 자신이 공부하는 캠퍼스 옆도 아니고 기숙사 방에 샤워시설도 없어서 실망하였다. 캠퍼스까지는 다시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야 한다. 이 무슨 언뚱한 일인가! 처음에 서너개의 희망 기숙사 목록을 제출했지만 제비뽑기로 기숙사동을 선정한다고 하니 모든 것을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원하는 기숙사는 학교 옆에 있는 곳이였는데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배정받았다.
9월 20일부터 내년 6월 4일까지 사용하는데 4700파운드를 내란다. 이 가격에는 아침과 저녁이 포함되었다.
우리 집에서도 통학가능한 거리여서 아이에게 집에서 다니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한 마디도 안 내뱉었다. 다른 영국 아줌마와 얘기한 결과 자식이 기숙사에서 처음 생활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겨울 휴가철에 자식들이 많이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밥 먹으라고 하면 얼른 내려 오고, 세탁기에서 집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빨래를 보면 얼른 꺼내 빨래줄에 걸 줄도 알고 그야말고 예쁜 자식이 되어 온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아이들이 19년을 부모가 해 주는 것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고마움을 잊어버린지 오래되어 이제 '주부일 무시' 수준에 이르렀기에 이 기숙사 생활을 은근히 기대했다. '그래 너도 한 번 집안 일 해 봐라'
아이쪽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눈치나 규율에 맞춰어 살던 것이 지겹던 차에 이제 자신맘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은지-- 마치 먼 해외로 떠나는 사람의 심정같을 것이다. 기대와 불안감이 뒤섞인 바로 공항에서의 사람들 모습이다. 내 아이도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는 모습으로 기숙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이 세상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는 말과 같이 난 이 기숙사생활에서 내 아이가 커 가길 바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제 나이에 맞게 거쳐 나가고 있으니 다행이다. 많은 나이에 공부하거나 집과 너무 멀리 떨어진 즉 해외유학생들에게는 너무 벅찬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