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 힘든 사람
조카가 영국 가정에서 숙식을 하고 영어학원에서 다른 유럽 사람들과 영어를 배우고 있다. 주말에는 우리집에 왔다. 일 주일 동안 이태리,스페인 사람들과는 축구도 하고 테니스도 치러 다니면서 함께 모여서 즐겁게 잘 지낸다고 했다. 특별히 폴란드 사람과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처럼 먼저 상대방의 음식 값을 내 주기도 했단다. 수업이 끝나면 서로 모여서 Bar등에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밤 늦게까지 함께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반에 독일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에 난 내뱉지는 않았지만 영국 사람이 가장 어울리기 힘든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내 경험상으로는 독일 사람은 친해지기에 시간이 걸리지만 알단 친해지면 진짜 진국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난 예전의 옆집 아줌마와 오랜 동안 연락을 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아일랜드 사람인데 나한테 연락이 없으면 먼저 전화하거나 카드를 보내거나 한다. 그리고 동네에서 만나 친하게 된 다른 사람들도 모두 유럽 사람들이다. 서로 연락이 소원해지면 먼저 연락을 하는데 서스럼없다. 그래서 친해졌다. 우리와 비슷하게 남편 흉도 보고 남편에게는 비밀인 자신의 속 마음을 시원하게 꺼내 놓는다. 그런데 자원봉사하면서 친하게 된 영국 아줌마 줄리엣은 몇 년을 친하게 지내고 집에 몇 번을 가서 밥을 먹어도 보았지만 남편 흉 보는 법 없고 자식 흉 보는 법 없다. 그러니 나 같은 한국 아줌마에게는 친근감이 덜하다. 만나서 하는 얘기가 서로의 취미생활과 주변의 자랑거리 같은 얘기들을 늘어 놓는다. 내 감정으로는 속 마음을 감추워 놓았던 비밀같은 것을 털어 놓아야 친밀감을 느끼고 정이 생기는 것 같은데 영국 친구와는 잘 안된다.
물론 내가 영어가 짧아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어 그쪽에서 속 마음을 내 보일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영국 사람들이 차겁고 콧대가 세다는 말처럼인지는 몰라도 영국 사람이랑 친해지기가 힘든 것 같다.
나와 같이 아줌마로 영국에 와서 사는 경우가 아니라도 즉 내 딸같은 경우에도 여기서 교육을 받는 경우에도 진짜 영국 사람들과는 친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 보인다. 내 딸의 친한 친구는 엄마가 이태리이고 영국 아빠여서 인지 이태리 사람의 분위기가 좀 남아 있어서인지 둘이 단짝이 된지 수 년이 흘렀다. 그리고 영국인이 아닌 우리들끼리는 영국사람들에 대해 혹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이때 영국인들이 영국 날씨와 비슷하다는 것을 모두 긍정했다. 영국 날씨는 일기예보를 볼 필요도 없이 하루 사이에 모든 날씨가 다 있다. 비 오고, 햇살이 쨍쨍하고, 바람 불고 다시 구름 잔뜩 끼고 ---그러니 비과 쌀쌀함에 대한 대비는 항상 준비하면서 집을 나와야 한다. 영국 사람들의 성격과 감정이 우리에게는 예측불가능하다. 한 순간 친한다고 느꼈다가 다른 순간 싸늘한 남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 다른 가까이하기 힘든 원인으로는 영국인들은 나와 같은 외국인들과 친하고 싶은 욕구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이곳에 충분한 친구와 친지들이 많아서 더 이상 새로운 번화번호를 확장할 필요가 없어서도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