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영어 영어
'외국인으로서 영어만 잘 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면 이곳에서 직업을 갖기가 어렵지는 안다'라는 말을종종 듣는다. 이런 말은 이곳에서 성년이 되어 유학온 대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정규교육을 10년 이상 받거나 심지어 영국에서 태어난 재외동포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사소한 예로써 한국학생들이 영국의 의식주의 제반 정보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등등의 정보가 영국학생들에 비해 아주 빈약하기에 일상생활속의 잡담 중에서도 종종 못 알아 듣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집에서는 한국음식을 먹고 부모들의 간접적이며 제한적인 정보에 노출되기 때문에 재영 한국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도 그들의 영어가 영국학생들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즉 이들과 비숫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말함을 예측되어야 한다. 갑작스런 행동이나 말에 영국인들이 '어 이상하네'라고 받아 들이게 되면 그것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방식을 알아 보아야 한다.
물론 전공에 관해서는 별 다른 차이가 없더라도 전공 이외의 생활 속에서는 또한 학생들이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는 것에는 익숙하여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할 지라도 사회경험을 시작하게 되면 다양한 화제에 접하게 된다. 그 속에서 다양한 대화에 참여하는데 그때 좀 당황스럽게 된다. 그래서 언어를 배우는 것은 결코 언어를 말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아니 그 사회에 대해 알아랴 하는 것이다. 그 나라 사람들과 의사소통 하려고 그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많은 기러기 가족들이 와서 자녀의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수 많은 시간 동안 사는 모습을 보면 좀 안스럽다. 과연 그 끝을 어떻게 맺을 것인가? 자녀가 이곳에서 대학을 마치고 아버지가 사는 한국에 돌아가면 그래도 다행이다 한 가족이 다시 모여 살 수 있으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자녀들은 이곳에서 작장을 갖기를 원하는 것 같다.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엄마나 아버지 중 한 쪽이 상황에 따라 한 쪽으로 합치려고 노력한다. 아버지가 영국에 오는 경우는 드물며 결국 아이를 이곳에 남기고 어머니가 들어 간다. 그런데 긴 세월의 별거 탓에 부부가 함께 사는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부가 종종 있다. 그래서 다른 이유를 앞세워 다시 엄마가 이곳에 와서 사는 경우가 있다. 자녀 교육으로 시작한 별거가 결국 가정의 모습을 일그러지게 한다. 우리가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정 안에서 안정과 편안함과 위로을 얻으면서 살아도 힘든 이 세상인데 자신을 격려하고 축하해 주는 사람 없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또한 자년의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보고 싶고 자녀와 감정을 주고 받는 것을 즐기고 싶다. 그저 내 자식이니 부모인 나한테 잘하겠지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 같다. 서로 오가는 감정이 다져져서 나중에 서로 진심으로 존경하거나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지 단지 부모라서 무조건 언제나 존경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가족은 같이 생활하면서 수많은 감정교환을 거쳐야 하는 것 같다.
20세가 넘어도 아니 40세가 넘어도 우리는 종종 나를 잘 알고 있는 가족으로부터 조언과 충고가 필요한 때가 많다. 심지어 친구와의 관계에서 섭섭하다거나 잡다한 수다를 떠는 상황에서도 부모의 생각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데 이 작은 부모의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식에게 교육이 된다. 이곳에 혼자 살고 있는 유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가끔 너무 눈에 거슬리는 옷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본다. 물론 우리 아이도 이런 때가 있었다. 이럴 때 난 "너무 짧은데 혹은 너무 가슴이 파졌는데--"라고 던지지만 아이는 바로 갈아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중에 나의 의견을 고려해 봤는지 그 짧은 치마를 입지 않는 모습을 보면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도 자식의 사고를 다듬어 나갈 수 있다.
남편의 직업으로인해 해외에 산 지 10년이 넘어 아이가 대학을 진학하지만 이곳에서 더 늙어가기가 싫다. 노년에 등산다니시던 아버지 모습이 그립고, 노인대학 다니시는 어머니가 부럽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두 분이 동네 시장에서 만나 칼국수로 점심을 드시던 모습이 바로 나에게는 노년의 행복으로 보인다. 가끔 친지 간의 결혼이나 잔치가 있으면 자식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것도 그립고 딸이 전화해서 친정 엄마와 맛있는 점심을 먹는 것이 너무 부럽다.
영어교육으로 기러기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20년 후 아니 10년 후에 결혼한 자식은 먼 타국 땅에 살고 부모는 한국에 살아야 하는 것이 어떤지? 이런 경우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대비하고 기러기 가족의 생활을 준비하길 바란다. 이런 경우로 끝나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간혹 부부간의 영원한 별거로 굳어버리는 위험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내 인생은 나를 위해 내가 행복하려고 사는 것인데 여자는 홀로 애들 데리고 애 뒷바라지하는라 황금같은 시간 다 보내고 남자는 홀로 외롭게 돈 벌어 기계처럼 송금하면서 살아가는 시간들을 어떻게 설명하며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자식을 위해서라고, 그 자식이 영어만 하면 그 자식의 인생이 또한 행복하고 보람될 수 있을까?
그 자식 가까이서 그 자식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 길로 안내하고 그 자식의 슴겨진 능력을 개발토록 도와주는 것이 더 그 자식을 위한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