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점심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스페인, 터키, 이란, 그리고 한국(나) 아줌마들이 만나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어제는 스페인 아줌마가 새로 집을 사서 이사한데다가 둘째 남자 아기까지 낳아서 그 아줌마네를 방문했다.나이가 40인데도 아이를 낳는 것은 이곳에서는 별 일이 아니다.
나는 먼저 터키 친구 집에 가서 내 차를 세워 놓고 그 친구의 차를 타고 시내에 같이 갔다. 왜냐하면 내 차에는 아기를 위한 차시트가 없기 때문에 이란 친구의 아기를 태울 수가 없어서 터키 친구의 차를 타기로 했다.
11시 쯤 M&S 앞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좀 빨리 도착했기에 주변의 옷 가게를 둘러 보았다. 곤색 면 천에 하얀색 수가 놓인 윗 옷이 맘에 들었는데 가격을 보니 55파운드(약 11만원), 비싸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더운 날씨가 과연 영국에 며칠이나 있을까? 아마 일 년 중 10일이내일 것 같아 살 필요가 없어 보였다. 또 이곳의 여름 옷들은 앞이 너무 파져 입을 자신이 아직은 없었다. 여하튼 어제는 기온이 30도까지 치솟아 끈으로 연결된 윗 옷을 걸친 터키 친구가 마냥 부러웠다.
M&S에서 수국 화분과 카드, John Lewis에서 립그로스와 바디로션을 스페인 친구의 집들이 선물 겸 둘째 아이 출산 선물로 샀다.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니 새로운 주거 단지 안에 빽빽히 진열된 집 가운데 놀이터가 있고 그 둘레에 집들이 달팽이처럼 지어져 있었다. 그리곤 그 작은 단지 밖으론 역시 초록 들판이 보였다.
친정 아버지와 어머니가 출산 전 부터 이곳에 와 계셨기에 스페인 친구의 얼굴이 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지난 번에 우리 집에서 모였을 때 그 친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남산만한 배와 두 살 된 아이를 이끌고 왔는데 아이가 자꾸 칭얼거리는 바람에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았다. 점심으로 조와 허브, 토마토, 발사믹 식초 등을 넣은 샐러드와 집에서 구운 빵 등이 아주 맛있었다. 스페인 친구의 시댁 부모님도 이 번 주에 영국에 오셔서 일 주일 간 함께 할거라며 즐거워했다. 점심이 끝나고 헤어질 무렵 우리는 그 때서야 새 집 구경을 했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작은 부엌이 있고 부엌을 지나면 윗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오른쪽에 화장실이 있다. 그리곤 아주 작은 뒷 정원으로 향한 유리문이 있는 거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든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작아 보였다. 이층에 방 두개와 화장실, 삼층 아니 지붕층에 다시 방 두개와 화장실이 있었다. 새로진 집들은 실내 구조가 좋지만 가든이 작은 것이 흠이라고 생각한다. 또 가격이 비싸다. 약 7억이라고 하니!!!
지금 이 친구들과의 점심을 먹게되면 간혹 지난 번 영국 친구와의 점심이 떠오른다. 영국 친구가 어는 날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나는 꽃다발을 갖고 방문했다. 이미 영국 사람들이 음식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큰 점심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쥬리는 soup과 빵을 내 놓았다. soup과 빵, 이곳에서는 점심으로 아무 문제 없는 식단이다. 오로지 한국 아줌마의 관점에서만 마음에 안들 뿐이다.
그러나 스페인, 터키, 이란 친구들과의 점심은 다르다. 우리처럼 많이 차려 놓는다. 먹고 나면 배가 불러 단추를 한 두개 슬쩍 풀러 놓아야 한다. 나아가 음식이 남으면 서로 쌓아 준다. 이렇게 한 번씩 푸짐한 밥을 먹고 남편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하나씩 꺼내 놓고나면 외로움도 저만큼 멀어져간다.